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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Biz Prism] 언택트 경영에선 직원의 권한·책임 명확히 해야 / 백기복(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5.07
  • 조회수 1402

새해를 맞으며 2020년은 특별한 해라고 생각했다. `20`이 두 번 겹치는 특별함으로 올해의 키워드는 `행복` `도약` `성장`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몰아친 코로나19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만들었다. 2020년의 핵심 단어는 `D`가 될 듯하다.`Disease(병마)` `Disrupt(붕괴)` `Death(사망)` `Don`t(금지)`. 2020년이 반도 채 안 지났는데 연초 예상과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병마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해법도 원시적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미물 바이러스 하나 극복하지 못하고 `거리를 두라`는 원시적·아날로그적 해법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지만, 무한 변신 바이러스의 신적인 능력을 감안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경영학적으로 사회적(물리적·공간적) 거리 두기는 다양한 특징을 갖는다. 존재의 원점을 `여기 있는 지금(here and now)`의 `나`로 설정하고 나로부터의 거리가 2.1m보다 멀면 `상위수준`, 그보다 가까우면 `하위수준`의 특징이 나타난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의 상, 하 수준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했다. 큰 그림 대 디테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가 멀어지면 큰 그림에 집중하고 가까이 있으면 디테일에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산 전체를 보듯이 시야가 넓어진다. 매일 가까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눈에 보이는 세세한 형상이 인식을 지배하게 되어 시야가 좁아진다. 먼 곳을 못 보도록 꿩의 눈에 안경을 씌우면 날아다니는 꿩이 닭같이 기는 조류가 되고 만다. 시야가 죽으면 잠재력도 죽는다는 증거다. 그러므로 구성원들로부터 큰 그림을 원하는 조직은 사회적 거리를 오히려 넓힐 필요가 있다.

 

 

 

왜 대 어떻게.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만, 매일 지지고 볶는 사람들끼리는 급한 일을 `어떻게` 잘할까에 집중한다. 혁신을 해야 하는 조직에서 외부인을 초빙해 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가 멀어질 때는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신속히 쳐내야 한다. 떨어져 일할 때는 구성원 각자의 역할, 권한, 책임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직무 중심의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람 탓 대 상황 탓. 서울 본사의 상사가 뉴욕에 파견된 구성원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 개인 탓을 할 가능성이 높고, 본사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구성원들을 평가할 때는 상황 탓을 할 가능성이 높다. 즉, 사회적 거리에 따라 `대응추론편향`이 발동하는 것이다. 같은 이치로, 버스를 타고 갈 때 옆 사람이 내 발을 밟는 것은 그 사람이 칠칠치 못해서고, 내가 그 사람의 발을 밟았다면 버스가 흔들린 탓이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는 평가를 왜곡시킬 수 있다.

 

이상적 목표 대 현실적 목표. 사회적 거리가 멀면 이상적 목표를 제시하고, 가까우면 현실적 목표를 중시한다.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장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부하들에게 제시하면서 얼마든지 달성 가능하다고 믿기 쉽다. 반면에 현장에 가까이 있는 부하는 세세한 현황을 잘 알기 때문에 현실적 목표를 앞세운다. 이상적 목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구성원들에게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30% 성장은 가능하지만 5%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신조는 이상적 목표 30% 성장이 갖는 한계 극복 자극제의 역할을 강조한 말이다.

음성소통 대 시각소통. 사회적 거리가 멀어지면 음성소통을 중시하고, 가까울 때는 시각소통을 더 많이 쓴다. 거리가 멀어지면 시각소통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음성소통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인터넷 신발 쇼핑몰 자포스는 떨어져 근무하는 직원들의 시각소통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서 각자의 책상 앞에 팀원들의 사진을 붙여놓도록 한다. 통화할 때 상대방 얼굴을 사진으로 보면 거리감을 줄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회피 대상이 아니다. 경영에 적극 활용하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원문보기: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5/46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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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