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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시론] 아베 총리 귀하 /한상일(정외)교수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06.10.09
  • 조회수 6026

아베 총리 보십시오.

귀하의 총리 취임을 축하하고 한국방문을 환영합니다. 귀하의 방한이 그동안 망가졌던 한·일 두 나라의 정상회담을 복원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방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귀하의 새 정권 출범과 방한을 맞으면서 기대와 우려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젊음과 용기, 합리적 판단, 그리고 뚜렷한 국가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빛나는’ 일본을 만들어 가려는 귀하의 정치적 노력과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성원합니다. 전후세대로서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 속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귀하께서 경제대국에 걸맞게 평화에 기여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일본을 이끌어 갈 것을 기대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귀하가 보여준 언설과 행적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애매한 태도, 역사수정주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개혁, 종군위안부를 보는 시각, A급전범에 대한 평가, 미·일 동맹을 축으로 호주와 인도를 연계한다는 탈 아시아적 전략구상 등에 담겨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염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이루어진 귀하의 방문에 몇 가지 희망을 걸어봅니다. 첫째는, 아직도 이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인, 역사인식의 문제입니다. 귀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1965년의 국교정상화 이후에도 한·일 두 나라의 관계에는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연속성의 고리를 제공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내포한 ‘과거사’입니다. 즉 식민지 지배에 ‘정당화와 반성’ 사이를 상황과 필요에 따라 반복해 온 귀국의 ‘이중성’이 늘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입니다.


무라야마 담화(1995)와 문서화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으로 불완전하지만 과거사 문제가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습니다. 특히 고이즈미 정권 5년 반의 행적은 담화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배반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방한과 함께 제시될 역사인식에 대한 귀하의 입장은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가늠할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둘째는 심도 있는 경제협력과 동아시아공동체 논의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2003년 10월 방콕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2005년 한일자유무역협정에 조인할 것을 합의했습니다. 증대되는 두 나라의 무역과 투자를 감안할 때 보다 발전적 논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가까이 실무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이는 또한 아시아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성에 초석을 다지는 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냉전이 끝나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귀국과 한국에서는 유럽의 EU나 미주의 NAFTA에 버금가는 공동체를 동아시아에 구축하자는 담론이 활발하게 진행돼 왔습니다. 그러나 고이즈미 시대를 지나면서 이 구상은 해체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귀하의 방한을 계기로 이러한 논의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는 북한의 핵문제입니다. 유일한 원폭피해국가의 지도자인 귀하께서는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귀하께서 정력을 쏟고 있는 ‘납치문제’와 함께 한국 및 중국과 긴밀한 협조 속에서 북핵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지도력을 발휘해 이 지역의 평화 구축에 기여할 것을 기대합니다.


귀하가 확신하고 있듯이 일본은 “커다란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고, 그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것은 일본인의 “용기와 영지와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귀하의 정치적 용기와 지도력으로 일본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발휘하여 일본만의 ‘아름다운 나라로’가 아니라 동아시아가 ‘더불어’ ‘아름다운 나라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길을 닦아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한상일·국민대 교수·정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