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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진영논리에 무너지는 법치주의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감옥에 가면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재판 받는 사람 중 자신이 유죄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사람의 심리가 그러하니 지금 진보진영 인사들이 스스로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현직 법무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근거도 없이 그들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으로 활동하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선 후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무수한 논란에 휩싸였다. 대부분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탁한 기부금과 정부보조금의 회계부정이나 실제 목적과 다른 기부금 사용,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 유용 가능성에 관한 의혹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윤의원 자신도 무죄를 주장하려면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도 결백하다는 주장 외에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불거진 많은 가족 관련 비리와 거짓 증언이 문제가 되었고, 그것을 이유로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었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동생과 부인의 각종 범죄협의가 발견되어 수사가 확대되었다. 이렇게 되자 여권은 청와대와 조국 장관 수사과정을 두고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까지 협박하고 나섰다. 심지어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인사권을 행사하여 수사팀을 와해시키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이었던 최강욱 의원은 조국 사건 수사를 '검찰쿠데타'라고까지 비난하고 있다. 집권세력의 비리나 범죄는 수사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인가.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등법원에서 당선무효가 될 수 있는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무죄 주장은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이니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언론과 정치적 힘을 동원한 사법부 압박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총리시절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징역과 추징금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도 죄가 없다는 입장은 마찬가지다. 대법원의 판결이 항상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법치주의가 위협받던 권위주의 시절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명백한 증거에 기반해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만일 자신이 무죄라고 확신한다면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새로운 증거를 바탕으로 재심을 청구하면 된다. 한 총리의 경우, 재심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우니 여당 원내대표와 법무장관까지 나서서 정치적 힘과 언론을 이용해 한 총리의 유죄를 무죄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하나다. 아무리 형사사법체계를 통해 수사되고 기소되어 판결이 나도 우리 편은 결코 죄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국회에서 177석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나니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검찰이 대통령과 집권세력까지 수사하는 것이 오히려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대법원의 판결이 옳다고 믿는 사람은 모두 친일파이고 토착왜구라며 비난한다. 윤미향 조국 이재명 한명숙이 친일 혹은 반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오히려 만일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대로 윤미향이 위안부 문제를 이용해 왔다면 그것이야말로 친일파 아닌가. 오죽하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에 써달라는 기부금과 정부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거나 다른 목적에 썼다면 독립군의 군자금을 빼돌린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있는가.
이제는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를 바탕으로 이미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언론까지 총 동원하여 유죄를 무죄로 둔갑시키는 일만 남았다. 확정된 유죄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집권여당의 이러한 행위는 과거 운동권 인사들이 주장해온 무오류의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결과는 법치주의 훼손이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못할 일은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겠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원문보기: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060402152269660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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