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주요 시간대 드라마에서 눈에 익은 탤런트를 찾아보기 힘든 때도 없다. 지난해 6~8월만 해도 김정은(파리의 연인)과 송혜교(풀하우스), 장나라(사랑을 할거야), 김태희(구미호외전), 차태현·성유리(황태자의 첫 사랑), 차인표·전광렬(영웅시대), 유오성(장길산) 등을 앞세운 ‘별들의 전쟁’이 치열했다.
이들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신인급 연기자들. ‘내 이름은 김삼순’(MBC)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던 이규한이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SBS)에서 주연을 맡았고, ‘하늘이시여’(SBS)의 경우 윤정희·이태곤 등 얼굴이 생경한 신인급이 주연으로 발탁됐다. ‘결혼합시다’(MBC)에는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강성연·윤다훈이 남녀주연으로 나온다. 신인은 아니지만, ‘한창 때’도 아니다. ‘프라하의 연인’(SBS)의 전도연이나 ‘장밋빛인생’(KBS)의 최진실 정도를 빼면 호화 스타급을 찾아보기 힘들다.
드라마 주연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방송사의 제작비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출연료가 300만원 수준이던 연기자가 한번 뜨고 난 다음 200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비싼 배우를 쓸 경우, 제작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몸값’ 때문에 만성적인 제작비 부족에 허덕인다. 때문에 제작사들은 좀 덜 알려진 배우를 주연급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
인기 배우의 경우 굳이 드라마에 나올 필요도 없다. MBC 드라마국의 한 PD는 “스케줄이 많은 A급 배우들은 횟수가 많은 주말드라마나 일일연속극을 기피하기 때문에 데려다 쓰고 싶어도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끔씩 오랜 공백을 깨고 복귀하는 배우들이나 TV를 노크할 뿐, ‘잘 나가는’ 이들은 애써 TV에 출연할 생각을 않는다. 가장 짧은 기간에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뿌려지는 TV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미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면 굳이 TV가 아니어도 영화나 CF를 통해 충분히 자신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가 안 나온다고 초조해할 필요는 없을 듯. 결국, 스타는 “누구지?” 하는 의문을 거쳐 “누구네!” 하는 탄성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