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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책마을]우리 숲에 담겨있는 민족의 얼 / 산림자원 전영우 탁광일 교수 등

  • 작성자 경향
  • 작성일 05.10.24
  • 조회수 5627

[경향신문 2005-10-21 18:12]









▲ 숲이 희망이다/ 탁광일·전영우 외|책씨





한국의 ‘숲 전문가’ 23명이 모였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숲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공간이라는 것.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로 점점 희미해져 가는 ‘인간의 정체성’을 숲에서 되찾자는 염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감상이나 주관의 늪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교수, 연구원, 생태운동가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진 23인은 각자의 전문지식을 총동원해 깊이있고 생동감 넘치는 숲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숲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지식, 그와 더불어 숲을 살려 인간의 삶을 가꾸자는 애정과 실천이 함께 담겨 있다.





지난해 5월18일부터 올해 9월4일까지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대하기획시리즈 ‘숲이 희망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모태다. 총 61회의 연재분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숲의 태동과 문명의 박해로 인한 수난, 숲 속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온갖 동식물, 세계사적 시각으로 바라본 숲의 현황 등 필자 각자의 전공에 따른 다양한 숲 이야기가 어렵지 않은 문체로 펼쳐진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이 책의 미덕은 ‘우리 숲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아메리카나 유럽, 혹은 아프리카의 숲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숲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서’로서만 잠깐씩 언급될 뿐이다. 필자 중의 한 명인 탁광일 교수(국민대 산림자원학과)는 “어느 나라든 그 나라 고유의 숲을 갖고 있다”며 “소나무, 참나무가 주를 이루는 우리의 숲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숲”이라고 강조한다. 이 ‘꿋꿋한 주체성’은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이해로까지 확대된다. 탁교수는 “우리의 숲에는 민족의 얼과 정기가 듬뿍 담겨 있다”며 “우리 민족의 독특한 문화유전자도 숲과의 교감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머릿말에 등장하는 “숲은 결코 세계화되지 않는다”는 명제는 신선하다. 23명의 필자들은 숲에 대한 전문적 지식뿐 아니라 우리 숲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기도의 심정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객관적 지식과 정보의 한계를 성큼 뛰어넘어 ‘한국숲의 르네상스’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1만7천5백원





〈문학수기자 sachi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