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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볼튼 폭로 살펴보니…대북정책 반성과 전환 기회로 삼아야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6.24
  • 조회수 781


볼튼에 의한 문제 제기…볼튼의 설명이 더욱 현실에 부합

정부의 해명과 반성 필요…성급한 대화의 엄청난 기회비용 자각해야

북핵 억제 및 대비태세 강구에 진력하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의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볼튼(John Bolton)이 집필하여 곧 출간될 예정인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에도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노출된 발췌 내용에서는 국민들이 청와대로부터 들은 설명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12일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시기에 국가안보보좌관이었고, 일어난 모든 일을 꼼꼼하게 메모하는 사람이라서 그의 주장을 무시하기가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볼튼은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적(schizophrenic) 아이디어”라고 하였는데, 지나친 비판으로도 보이지만, 동시에 2년 정도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부터 조롱을 받는 대상으로 전락하였다는 점에서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닐 수도 있다. 볼튼이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몇 가지를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볼튼에 의한 문제 제기

볼튼은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 "김 위원장이 1년 내 비핵화를 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달했고, 이것이 미국으로 하여금 싱가포르 회담을 그대로 진행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이 내용은 이전에도 기사로 나온 바가 있어서 사실일 확률이 높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으로부터 정말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니면 문 대통령이 다소 과장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핵 폐기에 관하여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지금까지의 결과와 대조해보면 문 대통령이 전달한 이 말은 사실과 전혀 맞지 않다. 그 사실 여부를 문 대통령의 설명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는 북한이 미국에게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볼튼의 회고록에 의하면 우리 정부가 제안한 것이었다고 한다. 종전선언으로 6.25전쟁의 종식이 공식화되면 그 전쟁을 위하여 창설되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의 존립근거가 없어지고, 그렇게 되면 미군의 한국 주둔 명분도 약해지는 등 문제점이 많아서 역대 정부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종전선언 요청을 수용할까봐 걱정하였었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 정부가 먼저 제의했다면 우리의 안보와는 상관없이 남북 또는 미북 대화 자체의 성사에만 몰두하였다는 말이 된다. 일시적인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장기적인 국가안보를 희생시킨 것이고, 현 정부가 종전선언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볼튼의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하여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에 관한 사항으로서, 싱가포르 회담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한국은 충격에 빠졌고, 실제로 그로 인하여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되었으며, 그 결과로 한미 양국군의 전쟁억제 및 대비태세가 무척 약화되고 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싸워서 승리할 수 없고, 이것이 지속될 경우 북한은 한미연합 대비태세가 약화되었다고 판단하여 도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볼튼에 의하면 이 훈련의 중지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장에서 갑작스럽게 말한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상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의하였을 때 문 대통령은 미국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은 훈련을 중단해도 괜찮다는 말이고, 한미 연합군의 군사대비태세가 약화되는 것을 우리 대통령이 묵인하였다는 것이 된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더욱 확고한 한미연합 대비태세를 구비해야할 터인데, 우리 대통령이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은 채 훈련을 중단하였다면 이 또한 국민으로서는 대통령의 진의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볼튼은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도 남·북·미 3자회담에 함께 참가하고 싶어 했고, 2018년 6월 30일에 있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의 회동에도 함께 하기 위하여 무척 노력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간청으로 다소 비굴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적극적 모습은 바람직할 수 있다. 문제는 볼튼에 의하면 문 대통령의 참가를 막은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참을 허용하지 않아서 미국도 그에 따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하도 간청을 하여 판문점 회동에는 초반에 잠시 동참하게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나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통하여 남북 정상의 우의가 돈독해졌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김정은은 처음부터 문 대통령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을 회담장으로 끌어내는 데 이용하였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또는 김정은의 환대에 취해서 상호 간의 신뢰가 형성된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 된다.

볼튼에 의하면 제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그런데 정의용 실장은 2018년 3월 6일 언론발표를 통하여 전날 김정은을 만났고, 김정은의 요청에 근거하여 바로 미국으로 날아가서 미북 정상회담을 주선하였다. 정 실장이 미북 정상회담을 먼저 제의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오히려 가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정직해야 한다. 그것이 김정은의 아이디어였는지, 아니면 정 실장이 제안하여 성사시키고자 한 것이었는지 정실장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볼튼의 설명이 더욱 현실에 부합

볼튼의 주장에 대하여 정의용 안보실장은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한 반박은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면서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볼튼의 회고록이 “사실관계에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반박하면서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언급하였다.

볼튼의 주장이 과장되거나 주관적일 개연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볼튼의 말이 수긍되는 점도 없지 않다. 청와대의 설명을 믿을 경우 그 동안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북한이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남한이 판문점 공동선언을 파기한 것으로 물아붙이면서 남북관계로 ‘대적(對敵)관계’로 전환하고, 남한에 온갖 조롱을 쏟아내는 북한의 언행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볼튼의 말을 수용하면 이러한 일이 쉽게 설명된다. 북한은 처음부터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었는데, 우리 정부가 그러한 것으로 일방적으로 해석하여 전달하였다는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이 협의되고 있을 때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으로 국내에 보도되었던 북한이 막상 회담에서는 이를 요구하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볼튼의 말대로 그것이 한국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이해가 된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에 갑작스럽게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한 데 대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은 경악했음에도 현 정부는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문 대통령이 연합훈련의 중단을 양해했다는 볼톤의 설명을 적용하면 이해가 된다. 최근 북한이 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있는 것이 의아했는데, 볼튼의 설명에 의하면 처음부터 김정은은 문 대통령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상호 간의 우의는 문 대통령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볼튼의 회고록에서 묘사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모습은 어떻게든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로 만들기 위하여 처절하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간에 대화하는 자체를 통하여 국민들의 지지라는 정치적 이익을 확보하는 데 더욱 큰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대통령과 현 정부는 북한이 그들 핵무기 폐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강구하지 않아도 북한을 비판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비핵화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않는 지도 모른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아닌 행사 자체에 관심을 둠으로 인하여 한국은 2년 동안 북한의 핵무기 증강을 허용한 결과가 되었고, 그로 인하여 현재 북한으로부터 온갖 조롱과 겁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해명과 반성 필요

대한미군 헌법 제66조 2항에는 대통령의 책무로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이 책무를 완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가 뭐래도 현재 한국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즉 국가안보에 가장 위해가 되는 것은 북한의 핵위협이다. 그런데 이러한 북핵 위협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무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국민들에 의하여 선출된다. 국민들의 신임을 받아서 임기 동안에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이라는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과 현 정부는 볼튼에 의하여 제기된 의문에 대하여 사실 여부를 국민들에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데 그치지 말고, 무엇이 사실이 아니고 왜곡인지, 그 중에서 어느 것은 사실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공직자의 자세이고,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경우 정의용 실장이 자신에게 보고한 내용과 볼튼이 듣거나 파악한 정 실장의 말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지를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북미정상회담을 김정은이 먼저 요구했는지, 아니면 정 실장이 먼저 제안했는지, 그리고 종전선언도 북한이 요구한 것인지, 아니면 정 실장이 생각해낸 것인지 등이다. 점검의 결과로 정 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 중에서 일부가 허위나 과장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면, 문 대통령은 정 실장을 불어서 그 이유를 물어야 할 것이고, 그 결과 잘못된 것이 있다면 분명하게 문책해야 한다.

성급한 대화의 엄청난 기회비용 자각해야

일부 공개된 볼튼의 회고록을 참고할 때 현 정부가 어떤 목표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을 노력하고 있는 지에 대하여 의심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현 정부가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했는지, 아니면 국내 정치적 이익 등 다른 것이 있는지를 확신할 수가 없게 되었다. 현 정부가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한다고 했을 때 국민들이 환호했던 것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하여 진력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튼에 의하면 현 정부는 북핵 폐기보다는 대화나 회담 자체 또는 다른 비밀의 정치적 의도에 더욱 집착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했던 것 같다.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오던 비핵화는 의미 있는 성과는 전혀 없이 사실상 종료되었다. 비핵화 성과가 없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은 온갖 험한 말로 남한을 조롱, 협박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으로 모욕하고 있으며, 개성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2년 정도의 비핵화 협상 기간 동안에 북한은 핵무기 숫자를 더욱 늘리고, 미사일의 성능을 엄청나게 개량하였다. 이제는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었을 수도 있다. 한국은 성과 없는 비핵화 협상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을 물은 셈이다.

역사를 가정하는 것은 어리석지만, 그 동안 한국과 미국이 성급하게 북한과 대화하지 않은 채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압박했다고 해보자. 남북 간에는 긴장이 다소 고조되었을 수 있지만 북한이 현재처럼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은 채 핵무기를 증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북한이 새롭게 가동하고 있다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공개되면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해졌을 것이고,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때마다 남한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규탄했을 것이며, 추가적인 대북제재가 유엔안보리에서 통과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한 압박에 못 이겨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분명한 의사와 일정을 밝히면서 진정한 비핵화 회담에 응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2005년 체결된 6자회담 국가와의 ‘9·19 공동선언’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의 포기”를 약속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인 약속으로 2년 이상을 버티면서 핵무기 증강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대화에 지나치게 조급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고, 이것이 볼튼의 회고록을 통하여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북핵 억제 및 대비태세 강구에 진력하라

현 정부의 성급한 남북대화 추진 및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낮은 관심과 잘못된 접근방법으로 인하여 한국의 안보 상황은 무척 나빠졌다. 아마 정부도 2년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것이다. 달성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겠지만 정부는 남북관계의 실상, 북핵 위협의 심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 동안의 대북정책과 대북핵 접근이 실패했다는 점을 자인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당연히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북 또는 대북핵 정책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스스로 반성하고, 교정이 필요한 사항은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볼튼의 폭로를 불편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둘러싸고 있었던 제반 진실을 국민에게 공개하거나 반성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잘못된 것은 인정 및 반성한 후,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 및 방어하여 국민을 보호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채 진실을 은폐하면서 임기 때까지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면 현 정부는 또다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국가안보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남한이 북핵 위협에 굴복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현 정부는 무능할 뿐만 아니라 나쁜 정부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원문보기: https://www.dailian.co.kr/news/view/899616?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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