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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티타늄·그래파이트, 드라이버 ‘꿈의 300야드’ 시대 열다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6.24
  • 조회수 767

■ 혁신의 新소재들

가볍고 강한 高탄성 그래파이트

샤프트에 적용 비거리 대폭 늘어

티타늄 덕에 헤드 초대형화까지

나무 아닌 고무 볼·철 클럽헤드

쇠 아닌 플라스틱 스파이크도

획기적 변화 불러 대중화 기여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하나의 소재가 한 시대를 대변한다. 청동검은 나무나 돌로 만든 무기를 쉽게 제압했고, 땅을 깊게 갈 수 있는 철제 농기구로 농업 생산량과 인구가 크게 늘었다. 새로운 재료는 세상을 바꾸고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1457년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 2세가 공포했다는 골프금지령은 근대 골프의 역사가 최소 600년임을 말해준다. 골프 역시 새로운 소재가 출현할 때마다 큰 폭의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무다. 초기의 나무 공은 17세기 초부터 돼지가죽 안에 젖은 깃털을 꽉 채워 넣고, 실로 꿰맨 ‘페더리’로 바뀌었다. 젖었던 깃털이 마르면서 부피가 팽창해 탄성이 좋았던 페더리는 나무 공보다 2배가량 멀리 날아갔지만, 몇 홀 지나면 실밥이 터지는 등 내구성은 형편없었다. 하루에 2∼3개밖에 만들 수 없었기에 가격까지 비쌌다. 공 1개의 값이 클럽 1개의 가격과 맞먹을 정도였다. 돈 많은 부자나 귀족이 아니면 감히 골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골프를 배우는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1843년 세인트앤드루스대의 신학생이었던 로버트 애덤스 패터슨은 어느 날 싱가포르에서 온 소포 안에서 완충재로 딸려온 구타페르카를 보고, ‘녹여서 골프공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골프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였지만, 패터슨은 비싼 페더리를 살 만큼 부유하지 않았다. 구타페르카는 동남아에서 흔한 사포딜라란 나무의 수액을 공기 중에서 굳혀 만든 천연고무 수지였다. 값싸고 견고한 구타페르카 골프공이 나오자 골프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골프는 스코틀랜드를 넘어 잉글랜드와 프랑스, 그리고 멀리 인도와 미국 등지로 퍼져나갔다. 오늘날에는 자동차 타이어 소재로 쓰이는 합성고무 폴리부타디엔이 골프공의 주재료로 쓰이고 있다.

고무 못지않게 철(鐵)도 골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무가 주재료였던 클럽 헤드에 철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대략 1750년쯤부터다. 1890년대에는 스틸샤프트까지 나왔지만 1925년과 1929년에 미국과 영국에서 합법화되기 전까지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에도 오랜 전통과 변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대중화되지 못하던 스틸샤프트는 1931년 US오픈에서 빌리 버크란 미국 골퍼가 스틸샤프트로 히커리샤프트를 사용하던 반 엘름을 꺾고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나무와 달리 강도와 탄성이 일정해 일관성이 뛰어난 스틸샤프트의 장점을 깨달은 골퍼들은 다양한 거리와 라이 별로 많은 수의 클럽을 골프백에 넣고 다니기 시작했다.

1934년과 1935년에 로슨 리틀이란 미국 골퍼가 31개의 클럽으로 당시 메이저대회였던 US아마추어와 브리티시아마추어를 2년 연속 석권하자, 실력이 아닌 클럽 덕분에 우승했다는 말이 나왔다. 클럽의 개수를 14개로 제한하는 골프 규칙은 이렇게 탄생했다.

플라스틱은 인공으로 합성한 고분자물질로 변형이 자유롭다. 또 가볍고 튼튼하며 적은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다양한 소재들을 대체해왔다. 골프화는 스윙할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오래전부터 쇠로 된 스파이크를 신발 바닥에 사용해왔다. 쇠 스파이크는 안정된 접지력을 제공했지만, 발이 불편했고 퍼팅 그린이나 클럽하우스 바닥을 훼손하기 일쑤였다. 1993년 미국의 한 회사가 부드러운 플라스틱 스파이크를 출시하자 금세 인기를 끌었고, 쇠 스파이크는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에는 아예 스파이크가 없는 스파이크리스 골프화가 대세다.

초기의 드라이버는 너도밤나무나 호랑가시나무 등으로 제작되다 20세기 들어서 질 좋은 북미산 감나무가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까지 애용되다 스테인리스스틸과 티타늄 등 금속 소재로 대체됐지만, 우드라는 이름은 남았다. 티타늄은 철과 비교해 강도는 비슷하면서도 부식이 잘되지 않고 무게 또한 절반에 불과해 드라이버 헤드의 크기를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대포에서 이름을 따온 스테인리스스틸 드라이버의 헤드 크기는 고작 190cc에 불과했는데, 티타늄 드라이버의 헤드는 매년 계속해서 커져서 결국 460cc로 크기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파이트는, 무게는 철의 5분의 1에 불과하면서 강도는 10배나 강한 꿈의 소재인 탄소 섬유를 말아 고온으로 구운 뒤 표면 처리를 해 만든 고탄성 소재다. 초대형 티타늄 헤드에 가벼우면서도 강한 그래파이트 샤프트를 결합한 현대의 드라이버는 비거리 300야드 시대를 화려하게 열어젖히며 골프 대중화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