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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포럼] 포스트코로나 디자인적 사고 / 안진호(행정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7.08
  • 조회수 949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로 인해 서구 선진국들의 부실의료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그들이 항상 동양을 가르치고, 선도한다는 선진국의 신화가 깨졌다. 코로나에 대한 대처는 대한민국이 선진사례인 것이다. 우리나라 코로나 방역의 일등공신으로 처음부터 착용했던 마스크를 꼽는다. 서양은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기초시설이 없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사회학, 심리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동양에서 제안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동양에 대한 우월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동양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배우려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로 우리가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이 점이다. 우리가 배우는 입장이 아니고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는 것. 우리나라가 쫓아가는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치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기에 3~5조원 이라고 한다. 만약 3조원이면 이마트 수준이고, 5조원 이라면 엘지유플러스 수준이다. BTS의 가치는 칼군무라고 하는 퍼포먼스나 화려한 영상이 아니다. 이러한 기술적 요소가 주요했다면, 미국의 선진 엔터테인먼트시스템에 밀려서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원동력은 데뷔 초부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정성에 있고, 우리만의 문화적 특색을 전 세계 팬들의 경험에 맞게 융합시킨 결과다. BTS의 사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서구에서 시작하고, 표준을 제시한 기술역량 몇 개가 앞서 간다고 그들의 뿌리깊은 기술 인프라를 단번에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려면 기술과 융합된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 대한민국만의 특별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역량이다.

디자인은 1970~199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당시의 디자인은 수출제품의 포장수단으로 제품의 외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를 지나면서 서비스 디자인, 사용자 경험 디자인, 디자인적 사고라는 무형적 가치를 개선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진보했다. 대한민국 디자인 역량은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창의적 활동이다. 애플과 다이슨의 사례를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적 사고에 기반한 기술만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전문가가 하는 얘기지만, 이제는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하지 못한다. 새로운 시대와 환경을 준비해야 한다. 4차 산업기술이라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무인자동차를 기술 중심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새로운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습관과 행동, 문화를 이해하고 그 안에 필요한 기술을 실현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의미는 서양이 가르치고, 동양이 배우던 20세기 패권의 종말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대비를 언택이라는 키워드만을 생각하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개발로만 대비한다면, 또다시 우리는 서양을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비대면시대를 선도하려면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언택시대에 시장 선도적 제품과 서비스가 출현하려면, 사람의 삶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읽어내는 방식인 디자인과의 전략적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FANG(Facebook, Amozone, Netflix, Google)이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는 것은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람의 마음과 문화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위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이사는 2020 CES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경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왜 기술의 삼성이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위한 더 나은 미래와 삶을 위한 도구로서 기술의 진보를 고민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미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디자인이 빠진 상태에는 논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은 서구 우위의 균열을 보여줬고, 기술의 진보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중요해지는 뉴노멀(new-normal)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우리가 패권을 주도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이해하는 새로움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를 기술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혁신적 활동이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디자인의 의미이며 가치다. 기업이나 정부에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많은 R&D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반드시 디자인이 융합돼야만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래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사람에게 가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070802102369607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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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