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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외국SW기업이 다 떠나가도

  • 작성자 박정석
  • 작성일 06.06.02
  • 조회수 6435
`차도살인'은 병법에도 있다. 남의 칼을 빌어 적을 죽이는 것인데,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아낸 것이 이런 병법을 응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이 다녀가면서, 3000만달러 추가 투자를 약속하고, 이 자금을 활용하여 향후 3년 동안 국산 SW기업 60개를 지원 육성하고, 이중 5개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시키며, 1000명의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를 양성하겠다고 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외국기업이 국내 기업을 지원하고, 더구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약속한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산업이나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보완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는 외국기업유치를 통해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지만, 토종 기업의 성장과 국내 경제 발전에는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하였고, 여전히 GDP와 GNP간의 격차는 매우 크다. 외국기업의 현지화 성과가 미흡하였던 것이다.

외국기업의 투자기회를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전세계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상위 15개사가 85%의 매출을 점유하고 있고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은 우리의 길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표 소프트웨어기업을 키워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 필적할 만한 토종 대표기업을 키워내는데 외국기업의 투자를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동종 기업간의 경쟁이 심하고, 핵심기술개발보다는 응용 솔루션 개발과 영업력에 의존한 소프트웨어 산업 환경에서는 매출증대가 경쟁력 증대로 자동적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쟁력확보 전략 수립을 위해 우리의 강ㆍ약점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가. 높은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 수준과 글로벌 최고 수준 제조 기업을 여러 산업에서 보유한 것이 강점이다. 또 적지 않은 내수시장과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와 다이나믹한 수요 변화도 큰 강점이다. 약점은 무엇인가. 많이 난립한 소프트웨어 기업과 과당경쟁과 비전문화가 약점일 수 있다. 강점이 있는 분야의 많은 솔루션과 원천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과당경쟁을 줄여야 한다. 하나의 방법은 M&A 활성화와 벤처캐피털 투자 활성화인데, 그동안 활발하지 못했던 이유는 정부정책과 문화적 특성에 기인한다. 정부의 인센티브도 거의 없었고, 유난히 소유의식이 강한 우리 기업 문화도 원인이 되었고, 또 벤처캐피털의 단기 실적 위주 경영도 원인이 되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는 기업운영과 국민의식과 정부정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적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 정부의 공개소프트웨어정책도 미래 소프트웨어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좋은 전략이다. 이를 정보통신 산업과 제조업 부문에 연계해야 한다. 투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과 단기 회수가 가능한 사업간의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국가차원에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시장 원리에 맡길 경우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구조상 당연히 단기 수익 창출이 가능한 소프트웨어제품과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지원이나 외국기업 투자는 장기 경쟁력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 산업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에 외국기업의 투자와 국가 재정을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론적인 계획을 정부와 소프트웨어산업계가 잘 조율하여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것이다. 국내 산업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또 외국기업이 다 떠나가도 우리의 소프트웨어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