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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北 미사일 보도 '아전인수'

  • 작성자 박정석
  • 작성일 06.06.28
  • 조회수 5947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가 우리 언론의 주요 의제가 된 지 오래다. 5월 19일 일본 교도통신의 첫 보도 이후 오늘로 40일째다. 여름 장맛비처럼 지루하고 답답하다. 장마는 때가 되면 소멸하겠지만, 올 여름 미사일 사태는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대를 둘러싼 긴장 상태를 지켜보며 북한 뉴스에 대한 국제정보 흐름과 한국 언론의 구조적 상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언론은 이번 미사일 사태에서 주변부화, 타자화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정보의 흐름은 1998년 북한이 주장하는 광명성 1호 발사 때나 94년 한반도 핵위기 때와 비슷하다. 외신에서 중대사안으로 취급하고 우리 언론은 따라가기 바쁘다. 우리가 자체 생산해 내는 뉴스는 정부의 대책 마련에 관한 것이거나 향후 전망에 대한 것이다. 그 역시 원재료는 외신을 타고 온 것들이다.

해외에 특파원들이 나가있지만, 대부분 해당 지역 언론이 보도한 것을 재가공한 것이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우리 언론은 해석과 전망에 치중한다. 이런 방식의 해석과 전망에는 편견이 스며들고 추측과 희망이 가미된다. 아전인수(我田引水)가 되기 쉽다.

북한과 관련된 중요 뉴스의 흐름은 항상 이런 식이다. 미국과 북한이 게임의 구도를 설정하고 우리는 뒤늦게 빨려 들어간다.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중대 사태에 대해 우리는 주변인이며 타인이다. 의제설정 파워는 외신이 대부분 갖고 있다. 외신이 보도하면 우리 언론은 일단 받아 적게 된다. 내용을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의 북한뉴스 생산능력은 제한적이다. 우리 언론은 올 들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기사와 납북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 김철준이 한국인이라는 기사 등을 특종 보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 언론을 통해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에 관한 뉴스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올 봄 북한의 달러 위폐 제조 논란 때도 그랬다. 위폐가 있는지 없는지에 관해 의견과 추측이 난무했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는가 싶더니 어느 날 위폐 뉴스 자체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늘 이런 식이다. 독자와 시청자는 혼란스럽다.

북한 뉴스에 대한 한국 언론의 주변부화, 타자화 관행은 제도화한 것이다. 일차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해 주변부화, 타자화 한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다. 정보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체적 진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보 역량은 부족하거나 회피적이다. 발사체가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 하는 논란은 단적인 사례다.

위성을 통한 정보 취합이 어렵기 때문에, 주변국과의 네트워크나 정부 자체의 정보망을 통해 '필요하고도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보도는 듣지 못했다. 비밀이기 때문에 일반에 공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보고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얼마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관련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실체적 진실에 대한 언급은 없고 원론적인 내용이다.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한 정보라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그마저도 속 시원한 보도를 접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북한 무수단리 발사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알고 있는, 또는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궁금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한미 동맹과 자주는 병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자적 정보 생산력이 없는 자주는 동맹과 병존할 수 없다. 주변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정보를 취합하고 생산해 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 그래서 북한 문제에 대해 우리 언론이 독자적으로 뉴스 생산이 가능한 상태,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자주와 동맹은 수사에 불과하다. 개인이나 조직, 사회는 보통 때는 제대로의 진가(眞價)를 알기 어렵다. 큰 일을 치러보면 그 역량을 알 수 있다. 북한 미사일 사태는 우리에게 큰 일이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