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북한 법률이 경제를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와 개혁·개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새로운 법률 제정과 기존 법률 개정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하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 경제협력 안정성 추구=국민대 법학과 장명봉 교수는 1일 북한이 2004년 7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새로 제정한 15개 법률과 개정된 32개 법률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기존 폐쇄적인 법률 제도를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를 2일 열리는 대법원 특수사법제도연구회 제18차 회의에서 ‘북한의 최근 법제 동향과 평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2005년 7월 ‘북남경제협력법’을 새로 제정해 그동안 북한에서 법적·제도적 기반 없이
이뤄졌던 남북 경협을 공식화했다. 이 법에 따르면 북한은 경협을 민족간 상생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경협 원칙으로 ‘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할 것’ ‘상호 존중 및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 등을 들었다.
북한은 또 경협사업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워 남한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점 등을 고려,분쟁해결 절차를 명시했다. 특히 절차에는 1차적으로 상호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 결론이
안 날 경우 2차적으로 남북간 합의한 상사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야 한다고 규정,법적 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법은
또 남한 기업이 투자한 재산을 보호한다는 조항과 경협사업 물자의 경우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점도 포함했다.
장 교수는 “북한은
법률을 제정한 뒤 당 기관지인 민주조선을 통해 ‘경제협력사업의 활기 있는 진전을 법적으로 확고히 담보했다’고 밝히는 등 경협 안정성 확보를
천명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촉진=북한은 경제 회생과 발전을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의 조치를 개정법에 반영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1992년 제정됐으나 그동안 사문화됐던 ‘외국인기업법’과 ‘외국인투자법’ 등을 2004년부터 개정하기 시작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북한은 외국 기업이 설립되는 장소로 ‘라선경제무역지대’를 명기했던 부분을 삭제하고 북한 정부가 정하는 지역에
외국인이 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개정했다. 또 외국인 투자를 전담하는 담당 기관을 신설한다는 내용과 외국 자본의 출자의무 규모를 하향 조정한다는
내용을 개정법에 반영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공통 문제점인 기업 설립과 투자 과정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와 기업 설립 신청을
80일 이내에 처리하던 종전 법률을 15일 안에 처리토록 제도를 정비하기도 했다.
◇경제사범 엄격히 처벌=북한은 남한과 외국인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사범 처벌 조항도 신설하거나 보충했다. 북한은 1950년 제정한 형법을 2005년 7월 8번째 개정하면서 개인의 권리
조항을 보충했다. 이에 따라 형법 113조가 신설돼 특허권과 공업도안권,원산지면권(원산지 표시) 침해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가능해졌다.
1998년 제정된 상표법도 7년 만에 개정되면서 상표법 위반 사범에 대한 처벌 수준을 기존 상품 몰수 방침에서 영업활동
중지로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