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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시론] 북한 지식인들의 운명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07.05.17
  • 조회수 6730

현재 사정을 보면 북한의 민주화 및 통일이 이룩할 수 있는 것은 북한 내재적인 운동뿐이다. 북한이 변화된다면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세력은 완전한 통제와 고립에서 살아왔던 서민들도 아니고 특권에서 살아왔던 간부들도 아니다. 북한의 변화는 간부계층 다툼이나 군란부터 시작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중산층의 운동이다.

이 추정은 역사의 증거에 의거하는 것이다. 1980년대 말에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서도 공산당 독재를 전복하고 민주화 및 시장경제를 가져온 대중운동은 압도적으로 중산층으로 구성되었다. 구소련에서 교수들이나 기술자들, 의사나 교원들은 민주주의 및 시장 경제를 꿈꾸면서 공산 체제에 도전했다.

그러면 북한 체제 붕괴 이후에 북한 지식인들은 어떻게 될까? 유감스럽지만 그들이 겪을 어려움은 심각할 것 같다. 북한의 경제와 과학기술 수준이 너무 낮아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원하는 사람들도 이런 시장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 기술자의 경우를 보자. 물론 북한에도 핵무기나 미사일 기술연구소에서 세계 수준에 맞은 기술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예외적이다. 대부분의 북한 기술자들은 1950~60년대식 소련 기계를 작동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한에는 평생 동안 컴퓨터 한번 써보지 못한 기술자가 대부분이다. ‘민주 북한’에 진출할 한국 대기업은 컴퓨터를 영화에서만 구경한 사람을 기술자로 고용할 수 있을까?

북한 교원이나 교수들의 장래도 문제가 많다. 자연과학 분야는 그나마 괜찮겠지만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혁명력사’에 대한 ‘지식’을 가진 국사 교원이 이름만 들어본 영조나 송시열을 제대로 가르칠 수나 있을까? 또 필자는 한국 사람들에게 “통일 이후에는 북한 의사들에게 치료받으러 가면 어떠냐?”는 질문을 여러 번 해봤는데, 그때마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대답이 쉽게 나왔다.

이 유감스러운 상태는 북한 지식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도 하루 아침에 기술자에서 미숙련 근로자가 된 사람, 의사에서 간호사가 된 사람, 전문대학 교수에서 청소부가 된 사람 등의 실망과 타격을 이해하기 쉽다.

완전 통일이 이룩되지 않고 남북이 오랫동안 다른 국가로 공존할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 이북의 경제 성장의 조건은 남한 기업의 대북투자 및 대북진출에 있다. 그러나 이북으로 진출할 남한 기업은 마찬가지로 북한 노동당 간부들을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경영자로 이용할 수 있지만 기술자나 전문가들을 고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들에게 북한인들은 ‘값싼 노동력’ 아니면 이 ‘노동력’을 감시·통제하는 현지 경영자들 정도일 것이다. 이런 정책은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인 것이지만 객관적으로 남과 북 주민들 사이의 불신감과 갈등을 영속시킬 뿐이다.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이지만 북한 중산층이 입을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에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남한 정부 및 사회단체들이 빈곤에 처한 북한 대학들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년 후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일자리를 지원할 북한 기술자가 컴퓨터를 잘 쓸 줄 알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이 기술자가 될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컴퓨터가 많아야 된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북한에 기술 정보, 다양한 도서, 디지털 자료 등을 제공하고 북한 대학이나 연구소와의 교류를 개발하는 것은 중요하다. 탈(脫)김정일 북한의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아서, 이런 시대 남북한의 불가피한 변화를 위해 준비할 때가 이제 왔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5/15/20070515009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