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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오늘을 생각한다]기소유예 / 윤동호(법학부)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11.18
  • 조회수 201

김밥집 주변에 서 있던 사람이 김밥집 주인이 앞서 뛰어가는 학생 2명을 쫓아가며 “계산을 하고 가야지” 하는 말을 듣고 뒤쫓아 가 부근에 있던 학생의 멱살을 잡고 약 10~15m가량 끌고 오는 폭행을 했다. 그런데 그 학생은 무전취식을 하고 도망가던 학생이 아니었다. 김밥집 주인을 도와줄 의도였지만 무고한 학생을 폭행한 사람에게 폭행죄가 성립할까.

 

흔히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의 착오로 불리는 사례의 하나인 오상방위(誤想防衛)이다. 범죄자로 착오하고 정당방위를 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사 출신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위원이 이 사례를 거론하며 조국 전 장관의 교수 자질에 흠집을 내려 했으나 형법 제13조의 고의를 부정할지, 아니면 형법 제16조에 따라 책임을 부정할지 논란이 있다는 조국 전 장관의 간략한 설명으로 실패했다.

 

검사는 위 사람에게 기소유예처분을 한다. 폭행죄의 고의도, 책임도 모두 인정되지만 범행의 동기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47조가 규정하고 있는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에 근거한 것이다. 기소유예는 법정에서 유죄가 선고될 수 있는 범행이지만 범행상황을 참작해서 검사가 처분하는 불기소의 한 형태이다.

 

기소유예는 유죄라는 검사의 판단을 전제한 것이므로 ‘유죄라는 사법적 판단은 법원에서 확정되어야 한다’라는 적법절차 관점에서 보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상담이나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년법의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는 소년과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가정폭력사건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명확한 법적 근거라도 있지만, 저작권교육조건부 기소유예나 성구매자재범방지교육조건부 기소유예는 그렇지 않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는 재판을 받지 않아서 좋으나 유죄라는 검사의 판단이 억울할 수 있다. 교육이나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법정에서 무죄 확정을 받고 싶을 수 있다. 피의자를 법정에 세우고 싶은 피해자도 기소유예처분은 불만일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재정신청제도로 기소유예처분의 당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에게는 이런 기회가 없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위 사람도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폭행의 고의나 책임이 부정되어 유죄가 아닐 수 있다고 결정해 위 사람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8년 검사가 처분한 175만5435건 중 기소유예처분 사건은 26만8731건으로 15.3%에 이른다. 검사가 모두 기소하면 법원의 사건처리 부담이 늘어나므로 기소유예처분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법원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나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법원의 견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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