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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박휘락 칼럼] 바이든 행정부 출범: 한국도 '북한 비핵화' 근본적 재검토할 때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11.25
  • 조회수 173

현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북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어느 정부 때보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결과가 됐다. 

 

"현실은 회피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권창회 기자


 미국의 바이든(Joe Biden)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북한 비핵화에 관한 접근방법이다.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두 번의 정상회담(판문점에서의 간단한 회동은 제외)을 개최하면서 대화를 우선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한다는 접근방법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자는 핵무기 폐기에 관한 북한의 확실한 의지 표명과 로드맵이 전제되지 않고는 협상 자체에 응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의 참모들은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의미부터 분명하게 정의하자고 할 것이고, 실무협의를 통하여 확실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 기회에 북한의 '핵무기 폐기'(비핵화의 원뜻은 이것이지만 북한이 애매하게 사용하여 혼란이 발생했고, 따라서 필자는 이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를 위한 우리의 접근방향이 타당한지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도 2018년 3월 5일 정의용 안보실장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용의"를 확인하였다는 전달에 근거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핵무기 폐기를 총력을 기울였는데 그 동안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과 2018년 8월 18-20일 평양에서 두 번의 거창한 남북 정상회담(2018년 5월 26일 판문점에서의 간단한 회동은 제외)을 개최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핵무기 폐기는커녕 전반적인 남북관계조차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북핵 폐기 성과의 부재 인정해야


우선, 정부는 북핵 폐기를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는 점부터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2018년 대화를 시작하기 이전에 비해서 지금의 북핵 의 위협 상태가 약해지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협상을 하는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핵무기 증강을 계속해 왔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 랜드(Rand) 연구소의 베넷(Bruce Bennett) 박사는 북한이 현재 핵무기를 50-100개 보유하고 있고, 200-300개 정도로 증강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프랑스, 영국, 중국과 유사한 수준의 핵전력을 보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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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이외에도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을 계속 개량해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강화하였다. 최근인 2019년과 2020년에도 북한은 17회에 걸쳐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의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신형의 전차와 장갑차를 포함해 막강한 대남 공격력을 과시하였다. 동일한 열병식에서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과 신형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북극성-4형'을 선보이면서 미 본토 공격력도 과시했다. 이제 북한은 한국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핵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고, 미국이 한국을 지원할 경우 미 본토를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게 됐다. 북핵 폐기를 명분으로 한 협상의 참담한 대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 폐기를 위한 협상의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개선도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용어를 동원해 우리 대통령과 정부를 모욕했고, 남한과는 일체의 접촉과 교류를 차단한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모욕에도 인내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다양한 제안을 북한에게 전달했으나 북한은 아무런 화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오후 개성에 있던 남북한 연락사무소를 처참하게 폭파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도 평양의대에서 비밀리에 남한의 물자를 지원 받은 것이 드러나 대대적인 처벌을 받았다고도 한다. 현 정부는 한국의 다른 어느 정부보다 북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어느 정부 때보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결과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북핵 폐기나 대북관계에 대한 접근방법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지 않는다면 정책교정 능력이 상실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더 이상의 북핵 증강 허용은 곤란


지금까지 성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북핵 증강만 허용했음에도 현 정부는 아직도 대화를 통한 핵무기 폐기가 가능한 것으로 믿으면서 새롭게 출범하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게 이 방식을 지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12일 전화를 걸어서 당선을 축하함과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지속할 것을 요청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측 인사들을 만나면서 역시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할 것을 촉구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도 미국을 방문하여 바이든 측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면서 역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성과 없는 대화와 협상은 북한에게 핵전력 증강을 허용하고, 결과적으로 대책없이 북핵 위협을 증대시키는 결과가 될 뿐이다. 앞으로 협상을 지속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200개 정도로 증강해 미국이 선제타격으로 한꺼번에 파괴시킬 수 없도록 만들 것이다. 중·장거리 미사일도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개량해 순식간에 발사함으로써 한국이나 미국에게 대응시간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ICBM과 SLBM을 완성해 뉴욕이나 워싱턴을 파괴시킬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보유한 후 미국이 핵보유를 인정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경우 미 본토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위협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분명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함부로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해서는 곤란하다.


현 정부는 아직도 기대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바를 종합하면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은 그들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것은, 미국의 핵우산과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해 북한이 1990년대부터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화'였지, 북한의 비핵화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철수부터 먼저 논의해야 북핵 폐기를 논의하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했을 경우 북한은 또다시 말을 바꿀 것이다. 폐기할 핵무기라면 북한이 이와 같이 천신만고를 거쳐서 그것을 만들었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이제 1년 6개월 정도밖에 남겨둔 시점이라서 기존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정립 및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고, 따라서 정권의 종료와 무관하게 애국적인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협상을 통한 북핵 폐기라는 그 동안의 접근방법이 현실성이 있었는지를 재평가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한미 양국의 철저한 공조가 우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철저한 한미공조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막강한 핵전력이기 때문이다. 핵무기 없는 한국이 한미 공조없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할 것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북핵 폐기에 관한 공조체제를 강화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 북핵 폐기에 관한 그 동안 접근방법의 유효성을 한미 양국 실무자들이 함께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해야한다. 한미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압박해야할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군사적 옵션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시작과 더불어 이제 한국도 '비핵화'라는 애매한 용어보다는 '북핵 폐기'라는 분명한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라는 애매한 용어로 인하여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게 기만당해온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북핵 폐기라는 분명한 단어를 사용하여 북한이 그러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핵무기 폐기 의가 없다면 그에 맞는 정책을 구사해 나가야할 것이다. 근거없는 기대, 즉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북핵 대비책도 강구해야


나아가 이제 우리는 다수의 핵무기와 첨단 단거리 미사일 공격력을 보유한 북한으로부터 국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실질적인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 즉 미국의 막강한 핵보복력이 두려워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언제까지 한미동맹이 이와 같이 공고하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이 ICBM과 SLBM을 완성하게 되면 미국도 자국 도시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이 두려워 한미동맹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국가안보는 최상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낙관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대비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군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만전의 태세를 갖추고자 노력하는 것이 본연의 자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인사들은 현 정부의 임기 내에는 북한의 도발이 없었다는 사실로 자위를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 북한은 엄청난 수준으로 핵전력을 증강했고, 한국군의 북핵 대비태세는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적으로 하여금 결정적인 도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아무런 감시도 하지 않으면서, 그 기간에 적이 도발하지 않았다고 자위해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현실은 회피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북핵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북핵 폐기를 위해 그 동안 노력한 바의 성과를 냉정하게 반성하고, 그 기초 위에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와 새로운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