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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한반도가 다시 요란해진다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11.25
  • 조회수 488

나쁜 소식이 많은 2020년이지만 북한 지도부에게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은 확실히 나쁜 소식이다. 

 

북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이었을까. 위협이면서 동시에 기회였다. 2017년 `코피 작전`을 이야기하던 트럼프는 선제 타격을 명령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8년 봄 이후의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타협을 받아들일 수도 있는 대통령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낙선했다. 김정은을 `깡패`로 묘사하며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이든이 당선됐다. 이제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희망도, 대북제재를 해제받을 희망도 사라졌다. 

 

사람들의 희망과 달리 현행 대북제재는 비핵화도, 북한 정권 붕괴도 불러올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대북제재가 북한 엘리트층에게 큰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첫째, 북핵보다 현상 유지 붕괴를 더 큰 위협으로 보는 중국과 러시아는 비밀리에 북한에 물자를 어느 정도 공급하고 있지만 비밀 지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제재 완화가 없다면 북한은 2012~2017년에 이뤘던 경제 성장을 재개할 수 없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북한이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면 김씨 정권을 향후 수십 년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많이 높아졌다. 오늘날 중국의 지원은 북한이 위기를 회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층에게 중국의 영향은 `필요악`에 가까워서 환영할 것이 못 된다. 북한은 과거 수십 년 동안 강대국의 대립과 다툼을 이용해 그들 중에 어떤 강대국도 북한에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등거리 정책을 자신의 기본 전략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 정권의 기본 과제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이 확실히 비핵화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외정책보다 국내 문제에 집중할 조짐이 많이 보이며, 대외정책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북한 문제보다 중국, 러시아, 중동 문제를 우선할 것이 확실하다. 바꿔 말해서 북한은 제재가 야기한 만성적인 경제난과 높아진 대중국 의존도에 시달리고 있는데,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무관심할 전망은 확실히 존재한다. 

 

북한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북한 입장에서 결론은 매우 분명하다. 북한은 북한이란 나라가 무관심 대상이 된다면 가만히 있는 대신에 자신이 미국을 자극할 방법이 충분히 있다는 메시지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매우 요란스럽고 분명히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은 이미 10월 10일 심야 열병식에서 잘 노출됐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미국은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중, 미·러 대립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추가 제재를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선제 타격을 명령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북한의 ICBM 발사 모습, 특히 미국 서부 해안 근처에 낙하한 북한 미사일의 모습은 미국 행정부와 미국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서 ICBM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까. 가능성이 높지만 미지수가 있다.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동북아 위기를 원하지 않고, 미국 전략무기의 전방 배치를 환영하지 않는다. 오늘날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하면 베이징은 북한의 ICBM 발사나 기타 도발을 예방할 능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베이징과 평양 간 내막을 잘 알 수 없어서 중국의 의지와 능력은 미지수다. 

 

어쨌건 북한의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 초에 한반도가 2017년처럼 요란해질 수 있다는 예측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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