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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역병의 시대` 지낸 셰익스피어의 일갈…"그래, 할테면 해봐라" / 백기복(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12.18
  • 조회수 225

담즙처럼 쓰디쓴 2020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 한 해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 출근해야 했던 직장인 여러분들이 우리를 지켰습니다. 재택근무가 주는 `불안한 자유`를 잘 이겨낸 직장인 여러분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줌이나 웨벡스에 매달려 상사를 설득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압니다. 출장 한번 안 가고 외국 바이어들과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도 이해가 갑니다. 

 

아울러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여행사·항공사·중소기업 종사자분들, 입사 통지를 받고서도 출근하지 못하는 명목상 입사자들, 특히 아직 직장을 못 구한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큰 위로를 보냅니다. 하객 없이 결혼식을 올려야 했던 신혼부부들과 부모님 장례에 조문을 오지 말아 달라고 `조문 사절`을 알려야 했던 유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교에 출석할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을 잘 참고 견뎌준 신입생 여러분과 마스크 쓰고 수능을 치러야 했던 수험생 여러분, 고생이 많았습니다. 출산의 기쁨보다 감염의 두려움에 조마조마해야 했던 신생아 가족 여러분들, 참 큰일 했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 건물의 구석구석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닦고, 지우고, 소독한 청소용역근로자 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여러분의 희생으로 사무실 문을 열 때 안심하고 손잡이를 잡을 수 있었고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쓰레기를 묵묵히 처리해준 환경미화원 여러분들은 언제나 사회의 등불입니다. 여러분에게 항상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어떤 손님이 올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자리를 지켜야 했던 카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날릴 파리도 없다며 한숨만 쉬는 음식점 사장님들, 텅 빈 입구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앉아 있는 시장 상인 여러분들에게도 애틋한 마음을 전합니다. `코비드19`와 싸우는 데 큰 도움을 준 분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배달원들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그렇게 빨리, 그렇게 정확히 배달해주는 곳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의 성실성과 책임감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장인의 본보기이며, 한국인의 자부심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아마존(Amazon)에서는 고된 일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에게 5500억원이 넘는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죠? 

 

우리 기업인들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위탁업체에 배달을 맡기고 돈만 주면 자기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위탁업체들이, 그 계약한 금액과 조건으로 배달원들을 어떻게 처우할 수 있는지는 계산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문제가 생기면 우리 잘못이 아니라 위탁업체 탓이라고 떠넘기고 넘어가기에는 기업 경영의 사회적 조건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배달원을 혹사하지 않을 수 있는 계약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까지가 기업인의 책임,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올해 여러 배달원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경영학자 제임스 톰슨은 조직에는 심장 격인 `기술 핵심`이 있는데 이것을 잘 보호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계약 형태가 어떻게 되었든, CJ대한통운, 쿠팡, 배달의민족 등 모든 배달업체의 `기술 핵심`은 배달원입니다. 그들을 경영의 핵심에 두고 사업을 해야 합니다. 어느 배달업체는 올 한 해 `물량 16억개`를 배달했는데 개당 100원밖에 이익이 안 남는다더군요.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인생 내내 역병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그 당시 의사들의 처방이 `헌 신발(old shoes)`을 태우라는 것이었다네요. 그에 비하면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괜찮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까. 유능하고 헌신적인 의료진이 우리의 확실한 위로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이 한마디가 또 한 해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용기를 줍니다. "그래, 할 테면 해봐라!"(`십이야` 중에서) 

 

[백기복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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