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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주는 세 가지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봄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국에 강제로 끌려가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의 마음을 노래한 말이라지만, 요즘에도 썩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 같지 않았고, 세밑 분위기도 음울합니다. 역병의 공포, 고립의 쓸쓸함, 그리고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만큼이나 우울도 전염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러나, 문득, 새해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우리에겐 적어도 세 가지 희망이 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는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젊은이들에게는 치명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의 또래집단보다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에 더 적극적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낮은 젊은층 감염 비율이 방증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세대적 연대 의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부금 모금은 작년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자신이 다니던 식당이 망할까봐 선결제를 한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래 문 닫고 있지만, 실내 운동시설에 환불을 요청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결혼 패물을 내놓고,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을 닦기 위해 온 국민이 달려드는 대한민국의 특이한 전통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두 번째, 의병은 지금도 분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대구의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저는 이 지면을 통해 코로나의병을 잊지 말자는 글을 썼습니다. (이후 코로나의병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더군요) 저는 그 글에 대구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나선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망각하거나 폄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적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불과 몇 달 뒤 의사들을 비난하면서 방역의 성공이 자신의 공이라고 다투는 소인배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겨울 들어 코로나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서 조바심이 났습니다. 이제 의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보처럼, 의병은 또다시 창의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직업윤리를 잊지 않고 극한의 노동속으로 뛰어들었고, 지금도 녹초가 되도록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워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영웅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뛰어난 과학자들과 좋은 기업이 존재합니다. 10년이 걸릴 거라는 우울한 전망을 보기 좋게 깨뜨리면서 백신이 등장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과학자들 공동의 성취입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는 백신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그리고 이들을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는 기업이 존재합니다. 정말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지만, 이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에 비해 최근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의 백신 접종 선언문에는 바로 이 과학과 기업의 역할을 정확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새해 덕담은 넘치지만, 좋은 일만 가득한 새해란 어차피 허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압니다. 하지만, 고통이 불가피하더라도 우리가 공통의 희망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 새해는 그럭저럭 살 만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새해, 모두 희망 많이 받으십시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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