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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샷을 실수하면 화내십니까?…골프는 ‘실수하는 게임’ 입니다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실수가 숙명인 골프
‘최고 스윙’ 평가받는 벤 호건도
“18홀당 완벽한 샷 3~4개” 고백
2㎝ 스위트스폿에 공 맞히는
우연·무작위성 잦은 힘든 운동
실수할 때마다 짜증 낸다면
자신과 동반자까지 불행해져
신축년 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인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당하기 힘든 큰 난관과 맞닥뜨리게 되면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남은 날들을 헤아려보기 마련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만든 로브 라이너 감독의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두 남자가 우연히 만나 마지막으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목록으로 적어 함께 해보기로 하며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 두 사람은 목록 중 하나였던 ‘피라미드 보기’를 위해 이집트를 찾아 거대한 피라미드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본다. 문득 한 사람이 묻는다. “자네 혹시 이거 아나?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에 관해 한 가지 멋진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영혼이 천국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문지기로부터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네. 대답에 따라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지가 결정됐지. ‘당신은 당신의 삶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당신의 삶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새해를 맞아 거창하게 인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골프에 관해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한번 던져본다. ‘지난 한 해 나는 골프를 치면서 진정 행복했는가, 그리고 나는 함께 골프를 친 다른 이들에게 과연 기쁨과 즐거움을 전해줬는가.’
한 골프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라운드를 위해 골프장을 찾은 골퍼의 기쁨과 만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코스 관리 상태와 설계, 스코어, 그린피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코스 관리와 그린피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니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된다.
하지만 스코어는 다르다.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문제라는 생각에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실수는 곧잘 자신을 향한 분노로 표출된다. 라운드 중 큰 소리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클럽을 던지기도 한다. 라운드하다 보면 유난히 스코어에 신경 쓰거나 집착하는 골퍼들이 있다. 매번 실수가 나올 때마다 짜증을 내거나 팍팍 인상을 찌푸린다. 자신은 당연히 행복할 수 없을뿐더러 함께 라운드하는 동반자까지 좌불안석으로 만든다. 이들이 실수할 때마다 화가 나는 이유는 골프에서 실수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골프의 본질은 실수에 있다. 골프 스윙은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공을 보내려면 채 2초가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어드레스부터 피니시 동작까지, 마치 도미노처럼 정해진 순서와 타이밍으로 움직여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가로세로 2㎝도 안 되는 클럽 페이스의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직각으로 공을 맞혀야 한다.
그러니까 무작위성과 우연은 골프의 숙명인 셈이다. 골프 역사상 가장 공을 정확하게 잘 쳤다고 평가받는 벤 호건은 한 라운드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치는 샷은 3∼4개 정도에 불과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골프는 실수의 경기로, 가장 좋은 실수를 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했다.
행복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이 행복해지는 데 결코 어마어마하거나 거창한 것이 필요하지는 않다. 행복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어떤 상태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평소 순간순간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소설 ‘빨강 머리 앤’에서 주인공인 앤은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한편으로 멋지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앤의 말처럼 뜻대로 안 되는 것이 골프지만, 가끔은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새해에는 모든 골퍼가 실수 따윈 그냥 잊어버리고 골프가 선물하는 행운의 기쁨만을 만끽할 줄 아는 행복한 골퍼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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