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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희망 고문` 신안풍력단지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2.17
  • 조회수 320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책은 과학적 지식과 경험적 증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한다. 보기에 그럴듯한 정책이라도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하면 결국 국민에게 신기루만 보여줄 뿐, 정책목표의 달성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어설픈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과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이해관계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유발하여 정책의 순응도가 크게 떨어진다. 결국 정책의 경제사회적 비용이 예상되는 편익에 비해 훨씬 커져서 실패로 귀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일쑤다.

 

지난 2월 5일, 문재인대통령은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 앞에서 2030년까지 48.5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풍력단지를 만든다고 선언했다. 이 단지는 현존하는 최대 풍력단지인 영국 혼 시(Horn Sea)의 7배에 달하는 8.2GW(기가와트)를 생산해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한국형 원전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한다. 한전과 민간 기업들,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1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사과정에 투입되는 자재들을 지역주민들이 주인인 조합을 통해 구매함으로써 주민들이 지분에 따라 이익을 분배받도록 한다고도 했다. 

 

실현만 된다면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장밋빛 미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진실이 아니라면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 정책학자로 에너지 분야에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필자가 보기에도 도무지 실현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인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에 의견을 물었다. 다음은 그 의견을 종합한 것이다.

 

우선 문대통령은 이 발표에서 시설용량과 실제 평균발전용량의 차이를 호도했다. 풍력 8.2GW는 시설용량이지 평균발전용량이 아니다. 실제 평균발전용량은 지난 10여년간 경험을 고려할 때 시설용량의 23% 정도다. 바람이 1년 내내 충분히 부는 것이 아니므로 가동시간은 하루 5~6시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이라 이용률을 좀 높여 30%로 잡으면 실제 평균발전용량은 2.5GW 정도다. 총투자 48.5조원을 고려한 비용은 19.7조원/GW이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은 1기당 5조원, 6기에 총 30조 원이 들고 이용률은 평균 90%로 계산하면 실제 평균발전용량은 7.6GW으로 이는 3.95조원/GW이라는 의미한다. 더구나 풍력의 설계수명은 약 20년으로 원전의 60년에 비해 1/3에 불과하다. 이를 종합하면 같은 1GW 발전에 필요한 초기비용은 신안풍력이 원전대비 약 15배에 달한다. 결국 발전설비 수명과 이용률, 평균발전량의 고려 없이 시설용량만을 강조해 국민을 의도적으로 호도한 것이다.

 

8.2GW의 풍력단지를 조성하려면 4MW짜리 발전기 2050개가 설치돼야 한다. 발전기 당 간격이 최소 1km 정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신안 앞바다에 약 45㎞×45㎞, 즉 2025㎢의 면적이 필요한데, 이는 서울시 면적 605㎢의 약 3.3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섬들 사이에 이렇게 많은 풍력발전기가 설치된다면 관광이나 어업, 환경 등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검토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4대강 사업에 환경영향평가를 그토록 물고 늘어지던 더불어민주당과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이 신안 풍력단지에 대하여는 아무 말이 없다.

 

이게 다가 아니다.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는 송전망을 통해 사용자가 밀집된 수도권과 산업단지로 보내야 한다. 밀양 송전탑 사례에서 보듯이 송전망 설치에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해상 송전망을 건설한다면 설치와 유지보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풍력단지의 유지관리 비용과 함께 해상 송전망의 유지보수를 위해서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데, 대통령은 편익만 강조할 뿐, 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 만일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천정부지로 높아질 것이고 비싼 에너지 비용으로 우리의 산업경쟁력도 크게 위협받을 것이다.

 

풍력발전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과학적 지식과 실증적 근거 없이 제시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집권여당의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 나라는 물론, 전남지역에도 엄청난 후폭풍으로 닥칠 것이다. 정녕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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