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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오늘도 무사히!” 안보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2.24
  • 조회수 242

해당 부대만 잘못되었을까?

공적보다는 운이 좌우하는 군대

군 수뇌부부터 달라져야

혹시 국가 수뇌부도 “오늘도 무사히!”?

 

ⓒ데일리안 DB
 


필자가 어렸을 때 타고 다니던 대부분의 버스 기사석 앞에 공통으로 달린 그림이 있었다. 예쁜 천사가 그림의 구석 부분인 하늘로부터 발산되는 빛을 향하여 두 손을 보아 기원하는 모습이다. 거기에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오늘 하루도 사고 내지 않고, 무사히 운행하도록 절대자에게 염원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부대만 잘못되었을까?


2021년 2월 16일 귀순자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 1명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바다를 통하여 월남했다. 우리 군은 그 주민이 해안가로 올라올 때까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국방부 전투준비태세검열단에서 자세한 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경계 작전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고, 17일 국방부 장관은 경계 실패에 대하여 사과를 하였다.


그런데, 해당하는 부대만 문제가 있을까? 경계해야 할 지역이 100km를 넘는다고 하면 22사단 곳곳에 유사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22사단 이외에 다른 지역 부대들도 그러할 것이다. 경계 근무 실태는 유사한데, 이 부대만 “재수 없게” 귀순자가 들어왔을 뿐일 수 있다. 필자도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대부분 부대는 앞에서 언급한 버스 기사처럼 “오늘도 무사히!”라면서 신의 가호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있을 수 있다. 자신의 부대 앞에 귀순자나 적이 오면 뚫려서 처벌을 받는 것이고, 다행히 오지 않으면 무사하여 안도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군은 이러한 침투사태에 대하여 한 번도 제대로 대처한 적이 없다. 한결같이 “사태 발생 → 군의 경계 및 대응 부실 폭로 → 사과 → 재발 방지 약속 및 노력”이 반복되고 있다. 3.5개월 정도 전인 2020년 11월 3일 저녁에도 북한 민간인 1명이 철책을 넘어 월남하였는데, 그가 철책을 넘는 동안 철책에 설치되어 있던 센서는 작동하지 않았고, 우리 군은 10시간이나 넘어서야 그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0년 7월 27일에도 탈북민이 강화도에서 한강하구를 통하여 북한으로 월북하였는데, 군은 까맣게 모르다가 북한 보도가 나온 지 8시간이 지나서야 월북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다. 2019년 6월 15일에도 삼척 앞바다에서 북한어선 1척이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경계 근무를 책임지고 있는 군은 가마득히 몰랐다.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군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군적인 문제로 봐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오늘도 무사히!”


조사를 통하여 공통으로 드러나는 사항은 경계 작전을 담당하는 초병, 그들을 관리 및 감독해야 할 초급 간부들이 자신의 맡은바 직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만이 잘못했을까? 그들의 근무 여건을 미리 파악하여 조치해주고, 현실에 맞도록 근무체제를 발전시켜야 할 중견 간부들은 책임이 없는가? 나아가 아무런 대책 없이 부대를 해체하고, 담당 능력 이상의 책임 지역을 부과한 군 수뇌부는 책임이 없는가? 더욱 나아가 군의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설정된 병력 감축의 목표 달성만을 강조한 정치권, 더더욱 나아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충분히 파악하여 감축 목표를 조정해줘야 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책임이 없는가?


이 사태에 대하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지상작전사령관을 책망할 것이고, 지상작전사령관은 군단장을 책망할 것이다. 군단장은 사단장, 사단장은 연대장, 연대장은 대대장, 대대장은 중대장, 중대장은 소대장, 소대장은 병사들을 책망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안다. 부하들의 근무 태만으로만 모든 잘못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군 수뇌부를 비롯한 전군의 지휘관들이 “오늘도 무사히!”라면서 자신의 책임 지역으로 귀순자나 무장공비가 들어오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적보다는 운이 좌우하는 군대


우리 군에는 진급에 관하여 우스개 같은 진실이 있다. 지장(智將)이나 용장(勇將)이 다 소용없고, 운장(運將)이나 복장(福將)이 최고라는 이야기이다. 무공을 세워 훈장을 받았고, 군사학교 성적도 우수하며, 상급자의 평가가 아무리 우수해도 운이나 복이 없어서 자신의 부대로 귀순자나 공비가 들어와 버리면 뚫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처벌을 받아서 그동안 노력했던 바가 모두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한 사람이 노력한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 군은 전체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대부분이 국토방위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운과 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 사이에 군과 군인들의 사명감, 진급의 기준, 우수한 장교가 되기 위한 교육과 학습 분위기 등이 무너져 군인다운 군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주어진 책무에 묵묵히 최선을 다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차피 운이나 복에 좌우되는 군대가 되었으니까.


이번 22사단의 해안 경계 감시병은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소대장을 비롯한 초급 간부들이 자신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초급 간부들은 중견간부들이, 중견간부는 고급 간부들이 직무에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진급에만 목을 매어 정치적 계산만 하는 것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고급 간부들은?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군 본연의 꼿꼿함을 지키기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자신도 사명감이나 소명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군 수뇌부부터 달라져야


대한민국의 국방목표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것이다. 묻고자 한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이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에 가해지는 가장 심각한 군사적 위협은 북핵 위협인데, 이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얼마나 고민하고, 어떤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북한은 현재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 전 발간된 국방백서에서는 아직도 북한이 “플루토늄 50여kg”과 “상당량의 농축 우라늄”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3축 체계”라고 하여 선제타격, 한국형 미사일 방어, 한국형 응징 보복의 개념과 능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지만, 현 정부와 현 군 수뇌부는 이를 별로 계승하고 있지 않다. 이러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것인가?


핵무기가 없는 한국의 처지에서 북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유사시 국가와 국민을 보위하고자 한다면 한미동맹과 미군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군 수뇌부는 한미연합 훈련도 제대로 강화하지 못하고 있고, 북핵 위협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정치권에서 바란다고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여 한반도 전쟁 억제와 유사시 방어에 대한 미군의 책임을 모면 시켜 주고자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할 경우 북핵 억제 및 대응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사항을 정리하여 정치권에 제대로 설명하고, 재고를 요청해 봤는가?


병사들이 자신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여 경계 근무에 실수가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병사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잘못되었을 경우 미치는 반향은 군 수뇌부가 최선을 다하지 못하여 미치는 반향에 비하면 너무나 적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국방부 장관은 장관으로서 부여받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지상작전사령관은 그대로 자신이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군단장,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모두 자신이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어찌 병사가 자신이 부여받는 경계 임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겠는가?


혹시 국가 수뇌부도 “오늘도 무사히!”?


병사가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 수 있는 대상을 더욱 확장하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도 해당할 수 있다. 헌법 제66조 2항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존”이라는 책무를 명시적으로 부여받았고,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므로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직책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북핵 위협의 상황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독립과 영토를 보존하기 위한 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4년 동안 북한을 비핵화한다면서 노력하였지만, 성과는 없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한미동맹이 역사상 최악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데, 이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 것인가? 상당수 국민은 북핵 위협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잠을 못 이루고, 이민까지 생각하고 있는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것인가?


국가사회도 그렇지만 직위가 높은 사람이 달라져야 전체가 달라진다. 대통령부터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독립과 영토를 보존하고자 최선을 다해보라. 국가안보에 관해 전문가들을 불러서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물어보고, 국방부 장관과 군 장성들을 불러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솔직하게 들어보라. 국민에게도 안보 상황을 가감 없이 보고하고, 동맹국인 미국과도 북핵 위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솔직하게 논의하라.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면 대통령부터 감정적인 요소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서 진솔하게 협력을 구해보라.


대통령부터 국가안보에 진력하면 당연히 국방부 장관도 국방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진할 것이고, 군 수뇌부들도 각자의 맡은 바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경주할 것이다. 고급 및 중견 간부들도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를 육성하는 데 매진할 것이고, 병사들은 자신이 맡은 바 임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완수하는 자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정말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혹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안보 관련 고위인사들도 넓은 해안선에서 불안하게 경계서는 병사나 초급 간부들처럼 오늘도 무사하기만을 기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이 도발하거나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나 방법이 없으니,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만 북한이 도발하거나 위협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핵 위협은 점점 가중되는 데 우리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 같아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든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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