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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한미연합훈련 중단 이전에 북한 비핵화부터 요구하라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3.08
  • 조회수 353

정부는 전작권 조기 환수 타령

국회의원과 좌파인사의 한미연합훈련 반대

북한이 비핵화는 왜 요구 못 하나?

여러분 자식의 미래는 안전한가?

 


2021년 3월 8일부터 한미연합 훈련이 시작되었다. 12일까지 1부(방어), 13일부터 18일까지 2부(반격) 훈련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아서 미국으로부터 증원병력이 전개하기가 힘들어져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될 뿐이다.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기간이 축소됨에 따라 우리 측은 지금까지 사용해온 수도방위사령부 내 벙커로도 이동하지 않은 채 현재의 합동참모본부 청사 내 지휘소에서 훈련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훈련하기는 하지만 훈련답지 않게 실시되는 셈이다.


정부는 전작권 조기 환수 타령


이 정도의 훈련을 시행하는 것도 정부가 어떻게든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2018년 한미 양국 군은 앞으로 한미연합사(CFC: ROK-US Combined Forces Command)의 사령관을 한국군이 담당하고, 한국 방어에 대한 책임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담당하기로 합의하였다. 북핵 위협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은 상관없이 자주만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부실한 훈련을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검증했다면서 미군에게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체제로의 이행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하여 미군은 실질적인 훈련을 해야 검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결국 한국군은 “검증을 예행연습”한다는 이상한 명분으로 이번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국민들은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담당하면 미군을 한국군이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퍼싱 원칙’으로 불리듯이 미군은 일시적이거나 소규모 작전 이외에는 외국군 지휘관에 의한 자국군의 통제를 허용하지 않는 전통이 확고하다. 따라서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담당하더라도 미군은 그 사령관의 통제밖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명칭은 한미연합사령관이지만 그 사령관은 한국군만 지휘하게 될 것이고, 오히려 미군의 일부가 참모로 편성되어 한국군의 작전을 간섭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 직책을 담당하게 되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담당하게 되면 미군은 부사령관이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전쟁 억제와 유사시 전쟁 승리에 관한 미군의 책임 의식이 낮아질 것이고, 핵우산을 포함한 유사시 미국의 안보 지원이 불안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장일 때와 부사장일 때의 책임 의식이 어떻게 같겠는가?


그래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전작권 환수를 시기상조라면서 계속하여 연기시켰고, 한국군이 북핵을 비롯한 제반 위협에 독자적으로 대응할 역량을 구비하거나 전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국제정세가 개선될 때 이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자주’라는 명분에 취해서 무조건 조기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공약이 약해질 경우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도 커질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하여 한미연합 방위에서는 북핵 방어가 핵심이 되었는데, 한국군 장군은 핵무기를 구경한 적도 없고, 핵전략이나 핵전쟁 수행 교리를 공부한 적도 없다. 미군이 어떤 종류의 핵무기를 어느 정도로 보유하고 있고, 이것을 사용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한 장군 중에서 한 사람이 한미연합사령관이 될 경우 북핵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러한 제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자주”만을 외치면서 조기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나 있는지 걱정될 뿐이다.


국회의원과 좌파인사의 한미연합훈련 반대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하여 더욱 이상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범여권 국회의원 35명이 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이다. “북측의 강경 대응을 유발한다”는 이유였다. 세계의 100여개 국가 중에서 적국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훈련을 주저하고, 국민의 대표들이 그것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사례가 있을까? 필자가 모르는 특별한 연유가 없다면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일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었고,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이상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 현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필두로 북쪽으로부터 어떤 지령이 내려왔는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갑자기 한미연합 훈련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좌파단체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와 번영·통일로 나아가던 한반도 정세가 차갑게 얼어붙어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미연합 훈련을 함으로써 9.19 군사 분야 합의를 위반하고, 미국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이들 주장에서 틀린 팩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9.19 군사 분야 합의는 모든 훈련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군사분계선 근처에서만 훈련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한미연합 연습은 지휘소 연습으로 군사분계선과 상관으로 지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군사 분야 합의서 위반이 아니다. 이들은 “군사 분계선 일대”라는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셈이다.


더욱 중요한 사항은 판문점 선언의 핵심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한 비핵화”에 노력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고, 문서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북한은 3년이 지나도록 핵무기를 폐기하기는커녕 증산을 계속하고 있고,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는 핵 무력 증강을 지속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여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한미연합 훈련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부터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한미연합훈련만 하지 않으면 평화가 온다는 것인가?


북한이 비핵화는 왜 요구 못 하나?


다시 한번 강조하여 말하지만, 현재 남북한 간의 평화를 저해하는 근본적인 요인은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이다. 북한은 현재 5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200~300개까지 증산할 목표라고 한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2021년 1월 14일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통하여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그들의 대규모 재래식 전력을 과시하면서 미국 공격을 위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였다. 그리고 한국 공격용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기에 대하여 여당 국회의원이나 좌파인사들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양심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는 촉구하지 못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가? 여러분들이나 여러분들의 자식을 북핵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갖고 있는가? 북한이 동일한 민족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겠지만, 책임질 수 있는가? 6·25전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들 머릿속의 회로를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미연합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그들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


아마 여당 국회의원이나 좌파인사들도 이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봐야 한반도에서 평화는커녕 아무런 변화도 없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만 포기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도 일사천리로 보장된다. 그래서 속을 줄 알면서도 우리 국민은 현 정부의 외교적 비핵화 노력을 지지했다. 정말 평화를 사랑한다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요구하기 위하여 삭발하거나 단식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에 요구하면 혹시 위해라도 당할까 봐 겁나서 그러는가? 아니면 북한을 비난하지 못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가? 북핵 폐기를 요구할 수 없다면 본인의 비겁함이라도 인정하고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분 자식의 미래는 안전한가?


개인에게 생명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 없듯이 국가에도 안보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 없다. 개인이 생명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듯이 국가도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래서 모든 국가가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상황임에도 막대한 국방비를 사용하고,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다. 6·25전쟁을 일으켜서 무력 적화통일을 시도한 적도 있고, 핵 무력을 증강하여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북한을 앞에 두고 국회의원들이나 국민들이 훈련을 강화하라고 촉구하지 못할망정, 훈련을 중단하라고 한다. 정말 특이한 정부이고, 그 지원 세력들이다.


여당 국회의원이나 좌파인사들이 국가 차원에서 생각하지 못하니 개인 차원에서라도 안보를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여러분 자신의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이니 말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부모로서 자식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 같아서 말한다. 북한이 수십 개의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여러분 자식이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부모로서 자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식들이 북핵 때문에 불안하다고 하면 무슨 말로 진정시킬 것인가? 절대로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질문을 막는 것 이외에 여러분이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있는가? 무책임하다고 자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보다 국가안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백조가 평온해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아도 물밑에 있는 발은 바쁘게 노를 젓듯이, 그동안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정부와 군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전쟁 억제 및 방어태세를 강화해온 덕분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이 사는 국가의 안보를 이렇게 가볍게 여기면서 어찌 국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국회의원과 좌파 인사 여러분! 제발 상식에 근거하여 상황을 이해하고,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임 있는 언행을 하세요.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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