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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명분과 실리 사이 독러 가스관, 메르켈의 선택은? / 강윤희(러시아, 유라시아학과)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3.08
  • 조회수 251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바부쉬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명예훼손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 내 피고인석에 들어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야권의 대표 주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결국 2년 6개월간 악명 높은 러시아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국내 시위의 발생 및 국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나발니의 석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간의 러시아의 정치, 사법 관행에 비추어볼 때,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의 진행이다.

 

나발니 사건은 러시아의 대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서구 국가들은 이 사건을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인권을 손상하는 심각한 사건으로 보고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 정부가 수감자인 나발니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할 안전장치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고소장을 받아들여 나발니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논의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나발니 석방촉구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독일, 스웨덴, 폴란드 외교관을 추방하였고 해당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함으로써 이에 맞대응하였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로 보건대, 이러한 수준의 조치만으로 러시아를 서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부터 러시아의 크림 합병, 그리고 스크리팔 부녀 음독 사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서구는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하거나 외교관을 맞추방하곤 했으나, 러시아가 이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믿어지는 행동의 변화는 없었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가스관 '노르드스트림2' 연결 노선.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노르드스트림2 사업 중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노르드스트림1 사업 초기부터 이 사업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은 나발니 사건을 계기로 노르드스트림2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불똥이 튄 것은 독일이다. 노르드스트림 사업이 러시아와 독일 간에 천연가스 수송용 해저 가스관 건설 사업이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독일과 세계 최대 PNG 수출국인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서 추진되었던 사업이 바로 노르드스트림 사업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천연가스를 둘러싼 과거의 분쟁을 고려해볼 때,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가스를 공급하는 것은 독일과 러시아 양국 모두에게 매력적인 프로젝트인 것이다. 실제 이미 작동 중인 노르드스트림1 사업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되었고 이에 노르드스트림2 사업이 2018년에 착수되었다.

 

나발니 사건을 계기로 노르드스트림2 사업 중단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자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되었다. 독일은 유럽연합을 이끄는 핵심 국가로서 러시아의 인권 문제나 민주주의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국가이다. 이번 나발니 사건에서도 독일은 노비촉에 중독된 나발니의 치료를 맡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노르드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미 95억 유로가 투입되는 대형 공사가 90% 이상 진전된 상태에서 일방적인 공사 중단은 러시아에게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독일, 그리고 이 사업에 참여한 모든 기업에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메르켈 총리의 선택은 노르드스트림2 사업을 상업적 사업이라 규정하면서 나발니 사건과 노르드스트림2 사업을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로부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가스 공급을 받을 필요가 있는 독일로서는 나발니 사건 때문에 노르드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는 초강경한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발니 사건보다 더 유럽 안보에 위협적이라고 간주되었던 2014년의 러시아 크림 합병 시에도 노르드스트림 사업이 중단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노르드스트림2 사업도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