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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토머스, 동성애 비하 한마디에…‘착한 골퍼 이미지’ 타격 곤욕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3.15
  • 조회수 311

- 보수 성향 짙은 골프

해명에도 후원사 지원 중단 발표

작년엔 美피어시 동성애 조롱했다

비난속 후원사 3개 한꺼번에 잃어

귀족스포츠로 출발 보수색 뚜렷

명문클럽들 오랜 기간 ‘금녀 정책’

PGA선수 70% 美공화당 지지자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로 현역 최정상급 골퍼 중 한 명인 미국의 저스틴 토머스가 경기 중 실수로 내뱉은 한마디 말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1m 남짓의 짧은 퍼트를 놓친 후 홧김에 별생각 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할 때 쓰는 비속어였다.

 

이 장면은 토머스를 따라다닌 중계방송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안방에 전달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토머스는 사과와 함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컸다. 토머스의 후원사 중 하나였던 패션회사 랄프로렌이 곧바로 후원 중단을 발표했다. 나이, 인종, 성 정체성, 민족성, 정치 성향, 성적 지향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고 믿는 회사의 가치에 반한다는 게 이유였다. 토머스의 또 다른 후원사인 씨티은행은 후원 계약 해지를 고려했으나, 성 소수자에게 기부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PGA투어 선수인 미국의 스콧 피어시가 한 동성애자 정치인을 조롱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가 엄청난 사회적 비난과 함께 후원사 3개를 한꺼번에 잃었다.

 

개인의 인성이나 도덕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토머스는 동료 선수와 골프계 관계자들이 매년 투표로 뽑는 ‘PGA투어에서 가장 착한 골퍼 순위’에서 12위에 오를 만큼 평소 평판이 좋은 골퍼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PGA투어의 보수적 분위기와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빚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골프는 원래 귀족 스포츠로 출발했기에 보수 성향이 짙다. 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금녀 정책’을 고수하다가 2012년 개장 8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회원을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PGA투어 골퍼들도 대체로 보수적인 편인데, 한 조사에 따르면 PGA투어 골퍼 중 70% 이상이 공화당 지지자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보수층은 동성애에 부정적이며, 특히 기독교 지도자들은 동성애를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죄악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성별의 구분은 실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800m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가 2위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체격과 외모가 너무 남자 같았기 때문이다. 세메냐는 대회가 끝난 뒤 성 판별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외음부의 모습은 여성이 분명했지만, 성염색체가 남성형인 데다가 난소와 자궁 대신 몸 안쪽에서 고환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세메냐처럼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성염색체가 남성형인 경우와는 반대로 남성의 성 정체성을 가졌지만, 염색체는 여성형인 경우도 있다. 스포츠계는 남성이 여성으로 속여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명확한 남녀 성별 구분 기준을 마련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결국 실패했다. 

 

현재는 남성호르몬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높은 경우 출전을 제한하는 것으로 어정쩡하게 결론 내린 상태다.

 

스포츠에서 아직 남성과 여성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은 놀랍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생물학적 성별이란 남성과 여성 같은 이분법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 선상의 스펙트럼이기 때문이다. 자연계에는 심지어 다 자란 후에도 환경에 따라 자신의 성별을 맘대로 바꾸는 생물도 많다. 성별이 다양한 만큼 성적 지향에도 이성애뿐 아니라 동성애와 양성애, 심지어 무성애와 범성애까지 존재한다. 성 소수자에 대해 편견과 차별 대신 이해와 열린 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