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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19세기 정장·중절모…20세기初 스웨터·헌팅캡… 그 시대의 ‘유행’ 일뿐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후드티’ 논란으로 본 골프복장
英·美 전통있는 회원제골프장
칼라 셔츠 등 드레스 코드 요구
반바지 금지…‘시대착오’ 비판
‘황제’ 우즈의 라운드 티셔츠
파울러의 조깅복 바지 ‘파격’
대중화 위해 더 자유로워져야
미국의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는 매년 말, 그해 있었던 골프계 사건 중 대표적인 사건을 선정해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해 순위에선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영국의 골퍼 티럴 해턴의 후드티 복장 논란.
발단은 지난해 10월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였다. 10도 내외의 쌀쌀한 날씨 탓에 대회 내내 후드티를 입고 플레이한 해턴은 2위에 4타 앞선 우승을 차지하고 그 옷차림 그대로 시상대에 올랐다. 메이저대회는 아니더라도 BMW PGA 챔피언십이 유러피언 투어에서 비중 있는 대회였기에 해턴의 시상식 사진은 주요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됐다. 그리고 보수적인 골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날 선 비난이 쏟아졌다. 후드티 차림의 복장이 골프의 전통을 해쳤다는 것이다. SNS에서, 일반 주말골퍼들 사이에서 찬반 격론이 펼쳐졌다. 프로대회에서 후드티를 입고 플레이를 한 골퍼는 해턴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토니 피나우나 저스틴 토머스, 그리고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 등 해턴보다 더 유명한 스타들도 비슷한 후드티를 입고 이미 여러 차례 라운드를 했다.
영국과 미국의 전통 있는 회원제 골프장들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고수하고 있다. 청바지나 운동용 반바지, 그리고 칼라가 없는 셔츠 차림으로 라운드를 할 수 없으며 재킷을 입지 않으면 클럽하우스 입장이 거부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회원권 가격이 비싼 골프장일수록 전통을 이유로 비슷한 복장 규정을 고집하고 있다.
영국 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가 제정하는 공인 골프 규칙에 골퍼의 복장에 관한 규정은 없다. 동반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언급 정도만 있을 뿐이다. 사실상 별다른 근거도 없이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관례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의 역사를 돌아보면 골프에 적합한 복장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의 초상화가 찰스 리스가 1847년 완성한 골프 미술의 걸작 ‘골퍼들’(The Golfers)이란 그림에서 골퍼들은 하나같이 넥타이에 조끼까지 걸친 정장 차림에 정장 가죽구두와 중절모를 쓴 채 플레이하고 있다. 20세기 초중반에는 무릎 아래에서 졸라맨 통 넓은 바지 니커보커스에 재킷 대신 카디건, 혹은 브이넥 스웨터를 걸치고 헌팅캡을 쓰는 것이 대세였다. 현재 많은 골프장이 전통이라며 신주 모시듯 하는 드레스 코드란 것도 알고 보면 골프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20세기 중반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의 골퍼들이 즐겨 입던 옷차림에 불과할 뿐이다.
세상 만물이 그러하듯 패션과 복장도 시대에 따라 변천하기 마련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할 당시 라운드 티셔츠를 입었다. 미국의 리키 파울러는 농구화 스타일의 하이톱 골프화에 조깅복 바지를 차려입는 등 대회 때마다 파격적인 패션으로 젊은 층의 주목을 받았다.
골프장에서 복장으로 신분이나 계급을 드러내거나 구분하던 것은 골프가 귀족 스포츠였던 먼 옛날의 얘기다. 무릇 옷이란 추위, 햇볕, 바람, 벌레 등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몸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플레이하기에 편한 기능성이 더해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개성과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골프계의 주력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골프 대중화를 위해서도 좀 더 자유롭고 편한 복장으로 라운드할 수 있어야 한다. ‘골프웨어’라는 이유로 다른 캐주얼이나 아웃도어 의류와 소재나 기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옷을 몇 배나 가격을 뻥튀기해 파는 의류업체들의 행태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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