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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임성재 마스터스 첫 출전서 준우승… 양용은 아시아人 최초 메이저 제패 / 최우열(소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4.09
  • 조회수 307

■ 남자 골프 PGA 도전사

한장상 1973년 마스터스 도전

1타 차이로 안타까운 예선 탈락

최경주 한인 첫 PGA회원 입성

배상문·노승열 등 연이어 우승

골프장 韓 535·日 2200여개

열악한 환경에도 큰성과 올려

 

지난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전 세계 골프투어가 축소되거나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그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남녀 골프 경기를 하나씩 꼽는다면 임성재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준우승, 그리고 김아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우승일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두 선수 모두 그 대회 첫 출전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금까지 마스터스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1973년 한장상을 시작으로 지난해 임성재까지 모두 16명이다. 임성재는 마스터스 데뷔전에서 한국 선수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종전 기록은 최경주의 2004년 3위였다.

 

한국인 최초 마스터스 출전자인 한장상은 1972년 일본오픈에서 우승, 이듬해 열린 마스터스에 초청받았다. 개막 이틀 전 새벽에야 겨우 현지에 도착할 수 있었던 한장상은 두 번의 연습라운드를 거쳐 출전한 1라운드에서 5오버파 77타로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아널드 파머(미국)와 함께 공동 53위에 자리했다. 예선 통과가 기대됐으나 한장상은 이튿날 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였고, 1∼2라운드 합계 8오버파가 돼 1타 차이로 탈락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놓친 2m 남짓한 파 퍼팅은 두고두고 그의 가슴에 남았다.

 


한국인 첫 마스터스 출전의 드라마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지만, 한장상의 PGA투어 도전은 씨앗이 됐고 30년 후 만개했다.

 

1997년 한국프로골프(KPGA) 상금왕 2연패를 달성한 최경주는 PGA투어로 눈을 돌려 한 차례 ‘재수’를 거쳐 1999년 퀄리파잉스쿨에 합격, 한국인 최초의 PGA투어 회원이 됐다. 데뷔 3년째이던 2002년 컴팩클래식에서 우승하며 PGA투어 챔피언이 됐다. 최경주는 2000년부터 18년 동안 PGA투어에서 활약하며 통산 8승을 거뒀다.

 

2008년 PGA투어에 진출한 양용은은 이듬해 혼다클래식 우승, 그리고 PGA챔피언십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아시아인으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를 제패했다.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3승), 강성훈(1승), 임성재(1승)가 뒤를 이었다.

 

LPGA투어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의 성적이 워낙 좋다 보니, 남자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 세계 최고의 무대인 PGA투어에서 한국인은 18승을 거뒀다.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성과다.

 

2015년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통계학적으로 PGA투어 선수들의 실력 편차는 LPGA투어 선수의 5분의 1수준으로 더 작다. 실력 차가 작은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고, 당연히 우승하기가 더 힘들다. 단적인 예로 PGA투어에서는 세계랭킹 200위 권 밖의 선수들도 심심찮게 우승하지만, LPGA투어에서는 100위권 밖의 선수가 우승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시아 국가로 2200개가 넘는 골프장(한국은 535개)을 보유한 세계 2위의 골프 대국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남자 골프의 우수성은 더욱 잘 드러난다. 1924년 골프협회가 설립(한국은 1966년)된 일본은 사실상 아시아의 골프 종주국이다. 이미 1935년 US오픈에, 이듬해 마스터스에 일본 선수가 참가했다.

 

일본의 이사오 아오키는 1981년 투어 카드를 획득한 후 1983년 하와이오픈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PGA투어 우승을 거뒀다. 마루야마 시게키(3승), 이마다 류지(1승), 고다이라 사토시(1승), 그리고 최근 마쓰야마 히데키(5승)까지 PGA투어에서 통산 11승을 거뒀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일본의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을 한국이 추월했지만, 일본의 골프팬들은 아마도 일본보다 빨랐던 한국 남자 골프의 메이저대회 제패, 일본보다 더 많은 PGA투어 우승을 오히려 더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임성재의 마스터스 준우승 쾌거와 최근 김시우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우승이 침체된 한국 남자 골프 부흥의 반가운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