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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스푸트니크 백신의 반전 / 강윤희(러시아, 유라시아학과)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4.28
  • 조회수 421


스푸트니크V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백신은 이미 벨라루스, 아르헨티나, 이란, 인도, 투르크메니스탄 등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도 스푸트니크 백신을 구매, 혹은 생산하기를 원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의 백신 승인을 위해 유럽의약품청(EMA)은 백신의 안전성, 효능성 검증에 착수하였고, 이와는 별도로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이 러시아와 백신 구매 혹은 생산을 논의 중이다. 현재까지는 유럽연합 국가 중 헝가리만이 유일하게 스푸트니크 백신을 승인하고 접종에 사용하고 있다. 조만간 여기에 보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가세할 전망이다.

 

작년 8월 러시아 정부가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채 스푸트니크 백신을 세계 최초의 백신으로 공식 등록하고 사용 승인을 냈을 때 전 세계는 의구심을 가지고 이 백신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반전은 지난 2월 국제의학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 백신의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일어났다. 2만 명을 대상으로 실행된 임상시험에서 스푸트니크 백신은 놀랍게도 91.6%의 예방효과를 보인다고 발표된 것이다. 이것으로 부족한 임상시험 논란은 일단 종식되었다.

 

스푸트니크 백신의 또 다른 매력은 가격이다. 스푸트니크 백신의 수출가는 1회 분량당 10달러가 안 된다. 화이자 백신의 절반 가격이고, 모더나 백신보다 2.5배 싸다. 또한 스푸트니크 백신은 보관, 수송이 용이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정집에서 쓰는 냉장고 정도의 온도면 어디든 수송할 수 있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러시아의 방대한 영토를 고려하면, 이런 장점이 있어야만 러시아 국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격은 싸고 효능은 높으니, 스푸트니크 백신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스푸트니크 백신의 국내 도입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국내에서도 스푸트니크 백신에 대한 논의가 많다. 기사나 댓글을 보면서 든 생각을 몇 자 적고자 한다. “러시아 접종률은 7%”라는 기사 제목을 보면 '러시아인들도 의구심을 가지고 맞지 않는 백신을 우리가 왜 맞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백신이 효능이 있고 안전하다고 밝혀지면 주변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 것이다”라고 답변한 러시아인은 응답자의 30%에 불과하다. 전 세계 평균은 50%이고, 동아시아인들의 평균은 70%에 달한다. 우리는 백신 접종이 더디게 진행된다고 불평을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좋은 백신을 공짜로 맞을 수 있다고 해도 별로 생각이 없는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젊은 층일수록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답하는 비중이 높다.

 

따라서 러시아 접종률이 낮은 것은 단순히 자국 생산 백신의 효능성을 못 믿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초기에 가졌던 불신감은 랜싯 발표 이후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일례로 70%에 달하는 러시아 의료진들은 백신 사용 초기와는 달리 이제 스푸트니크 백신의 효능을 인정하고 이 백신이 외국산 백신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한편 스푸트니크 백신의 부작용 보고가 너무 적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의학 전문가가 아닌 내가 딱히 이에 대해 논할 것은 없다. 백신이 인간의 목숨과 관련된 것인 만큼 전문가들의 신중한 검증하에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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