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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이호선 칼럼]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수사에 숨겨진 것들 / 이호선(법학부)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6.02
  • 조회수 310

이 정권의 최종 목표는 감사원이 감사원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호선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중앙지검이 녹색당과 경주환경운동 연합 등의 단체가 2020. 11.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감사하여 의법 조치한 최재형 감사원장과 감사관들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공수사1부(부장 양동훈)에 배당하여 수사하도록 한 사건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미 6개월 전에 수사에 착수했던 사건으로 “고발조치가 이뤄진 사건에 대하여 검찰이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며, 감사원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고, 여기에 당사자인 최재형 감사원장 자신도 감사원 대변인을 통해 “고발에 따라 검찰이 내부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검찰이 원칙에 따라 균형 잡힌 결과를 낼 것이고, 검찰을 신뢰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음으로써 얼핏 이 사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검찰의 감사원장에 대한 수사가 “호들갑”이라는 수사를 갖다 붙이는 정도로 버무려지고 말 성질의 것일까. 그리고 감사원 대변인의 말처럼 “검찰을 신뢰”할만한 사안일까. 우리는 불과 몇 개월 전 정권을 대상을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 한 사람 쫓아내기 위해 천방지축 날뛰던 추미애 법무장관을 보았고, 지금은 그 뒤를 이어 형사 재판 받으러 법정을 들락거려야 하는 법무장관이 검찰의 팔다리를 잘라내기 위해 동분서주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 마디로 정의와 상식, 윤리, 법치가 사유화된 권력에 의해 농단되고 분탕질의 희생이 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비류(非類)들의 속성을 노골적으로 내 보이는 이성윤과 그 휘하의 일부 검사들이 벌이는 수사에 대하여 국민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고, 당사자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어떤 점잖은 표현을 쓰더라도 국민은 나름대로 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고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그들과 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이 배당할 때부터 문제가 되었다. 우선 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가 아닌 공공수사1부에 배당한 이유부터 석연치 않았다. 공공수사부는 과거의 공안부를 개편한 것으로 민간인이 공무원을 상대로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다루는 부서로서는 성격이 맞지 않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2020. 1.  원자력정책연대 등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들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참여한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 등 11명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 5부에 배당한 바 있다. 이는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의 직권 남용 혐의가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로 이미 일부 기소되어 재판 중인 사건의 관련자들이 받는 배임 혐의 보다 더 중하다는 판단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것이 과연 사안의 경중을 따져서 제대로 내린 결론일까. 나는 다분히 정략적 판단에 따랐을 것이라는 점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이것은 그 뒤에 진행된 수상쩍은 검찰의 태도에서도 그 정황이 충분히 엿보인다. 민주당이나 검찰의 설명대로 이미 수사를 6개월이나 진행해 왔던 사건이라면, 과연 지금까지 이렇게 질질 끌 필요가 있었을까.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고발이 있더라도 무혐의가 명백하거나 피고발인의 책임이 경미하고 수사와 소추할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어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고발을 각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고소 또는 고발에 대한 각하 제도를 둔 이유 중의 하나는 민원성 고소, 고발로 인한 무익한 수사력의 낭비를 막고, 대상자가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인 경우 안심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적법하게 공무 수행에 전념하도록 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이 규정을 근거로 2020. 10.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자체 조사한다면서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사용자 동의 없이 열람토록 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비밀침해·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각하 처분한 적이 있었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원래 감사원의 이 감사는 2019년 10월 국회가 여야 합의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등에 대한 감사를 요구해 이뤄진 것으로서 감사원의 감사 착수의 재량이나 위 국회 합의에 비춰 볼 때 감사 착수 결정에 직권남용의 여지가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사의 특성상 감사관들에게 수사권이나 처분권이 없고, 감사 대상자들과 어떠한 업무상의 위계질서 내에 있지도 아니하므로 직권남용죄의 성립은 사실상 법리적으로 불가하다는 점을 검찰이 모를리 없다.

 

여기에 탈원전 측에서 고발장에 끼워 넣었다는 강압적 조사와 문답 조작 등의 혐의가 있지만 이는 수사기관의 조서 작성에 대한 피의자들의 불만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같은 단골 민원 메뉴로서 직접 당사자를 불러서 물어 봤다면 진즉에 결론이 났을 것이고, 이는 ‘피고발인의 책임이 경미하고 수사와 소추할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은’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 착수 6개월이 지나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긴급 이사회에서 비상임이사로서 유일하게 반대하였던 조성진 경성대 교수를 조사하고, 그가 재직 중인 경성대의 총장에게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명의로 감사원 조사 자료와 한수원 이사회 자료 등을 공식 요청하였다는 것은 검찰이 이 사건을 엉뚱한 쪽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필자는 조성진 교수를 참고인으로 한 조사가 산자부 공무원이나 한수원 임직원들에 대한 감사원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강요가 되었건 허위공문서작성이 되었건 그 밖의 어떤 고발 죄명과도 무관하다. 대신 떠오르는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를 그에게 씌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했던 칼을 엉뚱하게도 한수원의 비상임이사 한 명에게 돌리는 것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내가 보기엔 천만의 말씀이다. 꿩 대신에 꿩이다.

 

이 정권의 최종 목표는 감사원이 감사원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미친 칼잡이를 동원해서 검찰이 검찰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한 방법 중의 하나는 쉽게 자를 수 없는 머리 대신 수족을 다 잘라내는 일이었다. 감사원도 마찬가지이다. 감사원이야 합의제 기관으로서 가만 놔두어도 정권 편향적인 감사위원들이 다수 포진한 상태에서 감사원 내부에서의 의사결정을 최재형 감사원장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루기가 더 쉽다.

 

걱정되는 것은 혹시라도 내부에서 견제하지 못한 감사실시가 되었을 때 현장에서 감사원에 협조하는 불상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한수원 이사회에서 정권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감사원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진 개인에 대한 압박은 향후 감사원의 감사에 대하여 ‘알아서 기라’는 강력한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한수원 이사회와 어떤 관계도 없는 경성대 총장에게 공문을 보낸 행위는 더욱 비열하다. 아무런 강제력도 없지만, 그런 식의 위력을 과시하여 개인이 속한 조직 내부에서 스스로 단속하거나 자기 검열을 하라는 사실상 협박이 아닌가. 이 정권은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붕괴시키는 천재적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이 사건은 그 배당, 수사의 진행 과정, 참고인 선정과 자료 제출 요구 등에 이성윤 중앙지검장 등의 비정상적인 직권남용이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일단 차후에 짚고 넘어가더라도 당장 감사원의 정상적 기능을 노골적으로 훼손하는 이런 기도를 최재형 원장이 어떻게 보고, 어떤 식으로 수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그에게 별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례에 비춰 보면, 자리를 지키려 하면 할수록 비류(非類)들에 의한 국가 기관 파괴 행위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물론 자리를 물러난다고 하여 저들의 파괴적이며 권력 사유화의 야욕이 수그러든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최재형 감사원장 후임도 이 정권이 임명하게 되어 있는 이상, 후임 감사원장이 늦게 임명되면 될수록 차기 정권에서 기생하는 기간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거꾸로 최 원장의 임기가 단축되면 될수록 차기 정권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감사원장을 임명할 시기는 당겨진다. 감사원 안과 밖에서의 집요한 방해 행위에 소신을 펴지 못할 바에야, ‘안 봐도 비디오’인 또 다른 비류(非類) 감사원장의 수명이라도 단축시키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이 아닐까.

 

이호선 객원 칼럼니스트(국민대 법학과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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