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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컨틴전시 플랜 준비하는 북한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6.23
  • 조회수 338

北 노동당 개정 당규약에
전례없는 `제1비서` 신설
김정은 와병이나 유고때
체제붕괴 막기 위한 것
北체제 쉽게 안무너질 듯

 

 

얼마 전,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채택된 노동당 규약 전문을 입수했다. 개정된 당 규약에는 매우 흥미로운 항목이 신설됐는데, 그 내용은 북한 지도부의 내막을 어느 정도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핵심은 북한 최고지도부인 노동당 정치국의 구조에 두 가지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제1비서' 직위가 신설됐으며,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총비서 김정은의 위임을 받아서 회의 때 사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신설된 '제1비서'는 사실상 미국 부통령과 비슷한 역할이다. 이것은 전례 없는 직위다. 북한이 많이 모방해 온 소련과 중국, 그리고 공산국가 어디에서도 부통령과 같은 직위는 없었다. 이러한 직위의 설치는 공산당 최고지도자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왜 이번에 제1비서라는 직위를 만들었을까? 제1비서는 현직 통치자에게 도전할 수도 있으며, 통치자의 권력 누수를 유발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상무위원들이 정치국 회의 사회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들에게 사실상 임시적으로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과 같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이러한 구조를 제안한 사람은 즉각 사형장으로 끌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을 직접 제안했거나 최소한 허락했다. 왜 그랬을까? 이 질문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답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와병이나 사망으로 초래할 수 있는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작년 4월부터 김정은에게 건강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조짐을 많이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작년 4월 15일, 북한 최고 명절인 김일성 생일에 참배도 하지 않고, 꽃도 바치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에 연설하지 않는 것보다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 후 3개월 동안 김정은은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습을 공개할 때에도, 극소수 측근들만 참가하는 소규모 행사였다.

 

올해 5월에도 김정은은 거의 한 달 동안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사진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 체중이 20㎏ 이상 빠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나친 흡연, 과식 문제가 있는데 핵심은 통치 스트레스다. 세계 어디에서나 독재자는 스트레스가 매우 많은 직업이다.

 

물론 한국 정부는 작년에도 올해도 문제가 없다고 열심히 주장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이유가 없다. 청와대는 김정은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경우, 북한은 짜증을 내고, 남북관계가 보다 악화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은 김정은의 건강 문제를 잘 알고 있더라도 이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충분하다.

 

개정 당 규약은 북한 지도부가 김정은의 와병이나 유고가 초래할 위기에 대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본인이 이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확실한데, 김정은의 명확한 동의 없이 이러한 위험하고 예민한 문제에 대한 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가 위협을 예측하고, 놀랍게도 준비까지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와병 등으로 통치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도 북한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 엘리트 계층은 체제 붕괴의 경우 자신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김정은이 정치 무대에서 사라질 경우에도 그의 후임자들을 열심히 지지하고 국내의 안전을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다.

 

물론 김정은의 와병 혹은 유고는 북한 체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타격이 치명적일지 의심스럽다. 특히 지금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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