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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4050과 2030, 쿨하게 맞짱 뜨기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6.30
  • 조회수 444


©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좀 일찍 대학에 들어간 탓에 학번과 나이가 잘 안 어울립니다. 그래서 586세대들과 함께 하게 되면 80년대 학번의 추억을 나누고, 40대와 어울릴 때는 다 같은 70년대생이라며 친한 척하는 간사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 경험으로 볼 때 이 두 세대에게는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80년대 학번들에게 민주화운동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자긍심과 일체감이 두드러진다면, 90년대 학번들은 상대적 개인주의와 IMF로 인한 경제적 고통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이번 정부 들어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586들이 공공부문으로 대거 진출한 것을 두고도 같은 586들은 민주화의 응당한 공로로 해석하는 반면, 그다음 세대는 그 길고 끈끈한 연대감에 냉소적입니다.

 

이처럼 제가 보기엔 제법 다른 80·90년대 학번들이 한꺼번에 구세대로 묶여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야당의 젊은 대표 선출이 이런 흐름을 극적으로 보여주지만, 사실 80년대생들의 약진이 뚜렷한 곳은 기업입니다. 최근 일어나는 스타트업 투자 상당수가 80년대생 창업자에게 80년대생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투자한 건들입니다. 30대 중후반 창업자들은 시장 기회를 포착하는 데 명민하면서 사회 경험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같은 또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기술적 이해가 높고, 성과도 뛰어나 투자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도 유사합니다. 40대 초반 임원을 선호하는 경향은 모든 그룹에서 뚜렷하고, 30대 임원의 발탁 소식도 더 이상 파격이 아닙니다.

 

불만이 없을 리 없습니다. 정치권 586선배는 자신들이 직접 대통령을 해 본 적 없는 불운한 세대라고 항변했고, 40대 후반 후배는 간신히 임원이 되었더니 50대와 묶어 늙은이 취급이라며 푸념합니다. 특히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젊은 남성들의 적대감입니다. 이들을 이해하기도, 함께 일하기도 어렵다는 호소가 많습니다. 마침 최근 한 방송사는 20대 남성들에 대한 충격적 통계를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고소득일수록 더 이기적이며, 이런 경향은 장년층은 물론 또래 여성과도 상반된 결과라는 것이지요. 제 페이스북은 그 그래프를 공유하는 선후배들로 넘쳐났습니다. 자신들이 아니라 20대 남성이 문제였다는 안도감과 항변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몇몇 학자들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그래프는 엉터리입니다. 통계방법론도 한계가 많고, 그것을 시각화하여 제시하는 과정은 거의 사기에 가까운 왜곡입니다. 실수라고 억지로 믿고 싶지만, 20대 남성에 대한 유치한 혐오가 개입되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합니다.

 

모든 젊은 세대는 윗세대를 밀어냅니다. 그게 싫으면 실력으로 버텨내면 됩니다. 다음 세대를 폄하하거나 조롱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윗세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칙을 고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은 멋질 겁니다. 과도한 정년, 공직 나이 제한, 연공서열에 의지하지 않고도 선배 세대가 잘 해낼 수 있다면 다음 세대의 존경은 따라올 겁니다. 혹여 밀려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를 더 우수한 친구들이 이끌게 된다는 뜻이니 또한 기쁜 일입니다. 자, 80·90년대 학번 동료 선후배 여러분, 80·90년대생들과 어른스럽고 쿨하게 한번 겨뤄봅시다. 비록 기억력도 흐려지고 노안도 왔지만, 그동안 익힌 지혜와 경륜이 그저 다 헛것이기야 하겠습니까?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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