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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AI시대 정부조직개편 불가피하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1.08.12
  • 조회수 480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난데없는 작은 정부 논쟁이 일어났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여성가족부 폐지 발언에 이준석 대표가 한술 더 떠 통일부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북한과의 대화를 앙망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여가부 폐지 논란이 통일부로 옮겨 붙자 화들짝 놀라 강한 반대가 터져 나왔다.

 

정부조직 개편은 과거 정권교체기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의제였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대부처 대국 중심의 작은 정부로의 개편 이후 잦은 조직개편의 부작용을 우려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는 필요 최소한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에서 현재 증원 규모가 10만명을 넘어섰고 공공기관에서도 17만여명이 넘게 늘어났다. 차제에 정부조직과 관련한 본질적 과제를 짚어 보기로 하자.

 

19세기 사회학자 막스 웨버의 관료제 주장 이후 현대 국가는 유사한 형태의 정부조직을 발전시켜 왔다. 행정의 수요는 크게 다양화되고 전문화되었으며, 무엇보다 시민의 요구가 크게 증가해 왔다. 동시에 행정의 공급 능력도 크게 증가되어 왔다. 특히 디지털 기반 네트워크 정부의 발달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확대로 인해 정부조직의 형태나 서비스 제공 방식, 국민 참여 확대 등 정부조직과 행정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헛발질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부처들이 늘어나고,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하루 종일 앉아 무얼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많다.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이 인터넷을 통한 여론 조작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거의 실시간에 국민들이 정부 결정을 알게되면서 만족보다 불만족, 신뢰보다 의혹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명을 다한 20세기 정부조직을 가지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일부 대선후보들에 의해 제기된 여가부나 통일부 폐지 논란을 넘어선 근본적인 정부조직의 재구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인력이나 예산규모의 적정성 등 정부조직에 보편타당한 정답은 없지만 미래정부에 요구되는 것은 보다 적은 규모로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과거처럼 어느 한 부처의 소관을 따질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중첩적이며 복합적이다. MZ 세대로 표현되는 21세기의 시민은 이념보다 더 공정하게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반응하는, 그러면서도 믿을 수 있는 정부를 원한다. 국가안보는 전후방 불문 사이버공간에서의 전쟁과 병행되어 일어나고, 외교와 내치의 구분이 의미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끝으로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양극화를 다룰 수 있는 범부처 차원의 조직도 필요하다.

 

현행 부처조직을 유지하면서 위와 같은 미래의 시대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을까? 현행 부처별 조직은 이미 조직이기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AI가 모든 접수와 응대를 담당하고 이를 신속히 담당조직에 분배하는 전방조직(Front Office)화를 통한 플랫폼 정부가 필요하다. 대규모 전문 공무원 풀을 형성하여 제기된 문제의 성격과 범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임시조직(Matrix Organization)을 임기응변식으로 구성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공무원이 정년까지 일하도록 예정된 것도 19세기적 발상이다. 당시에는 엽관제가 보편화되어 공무원이 국민이 아니라 집권세력에만 충성했기 때문에 정년보장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승진을 위주로 한 계선조직은 계급정년제를 도입하고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조직에서는 승진 없이 정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작금의 정부조직 개편 논란은 대선을 앞 둔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차기 정부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한다면 보다 근본적 재구조화를 시도해야 한다. 재구조화는 궁극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시민의 요구에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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