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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사람이 없어요" 속타는 스타트업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고은나라
  • 작성일 21.09.01
  • 조회수 544

 

코로나 사태는 일년 반 넘도록 진행형입니다. 답답합니다. 하지만, 코로나에서 이미 벗어난 영역도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그렇습니다.

 

작년 초,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스타트업생태계에도 큰 충격이 오지 않을까 염려했습니다. 무엇보다 투자 위축을 전망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자본시장 변동이 커졌고, 시스템 붕괴를 염려하는 분들도 있었으니 벤처캐피털 투자 감소를 예측하는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풍부하던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면 스타트업들의 자본 조달이 어려워지고, 결국 현금이 부족한 많은 혁신적 기업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넘실거렸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올해 2분기 전 세계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약 1,571억 달러로 역사적 최고점이었던 2019년 3분기를 추월했습니다. 유니콘의 증가 속도도 빨라져서, 올해 상반기 탄생한 유니콘의 수는 그 전 최고치였던 2018년 한 해의 기록보다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성장세는 더 가파릅니다. 올해 상반기의 벤처캐피털 투자액 (약 3조 원), 결성액(약 2조7,000억 원), 그리고 기업당 평균투자금액(약 26억 원) 등은 모두 이전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런 투자가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 의해 주도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스타트업 중심도시의 힘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작년에 유행이었습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스타트업들이 굳이 비싼 도시를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원격근무가 더 활성화되면 발리와 같은 휴양지로 스타트업들이 이동할 것이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크게 틀렸습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난 것은 물론 사실이지만, 런던이나 뉴욕과 같은 중심지의 임대료가 코로나로 인해 다소 낮아지면서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들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최근 10여 년간 학계에서 나온 일관된 연구 결과와 부합합니다. 스타트업을 유인하는 것은 자본과 인재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면서, 이런 사람들을 구할 수만 있다면 스타트업들은 어디라도 가려고 합니다. 전 세계의 주요 스타트업 중심도시가 모두 좋은 대학 근처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수준의 스타트업생태계는 오직 서울에만 존재합니다. 자본도 인재도 모두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에 자리 잡은 많은 기업들조차 사람을 구하기 너무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서울의 그 많은 대학들이 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기르지 못한다는 방증입니다. 기업들은 대학의 교육을 더는 신뢰하지 않고, 대신 다른 기업에서의 훈련을 거친 사람들을 원합니다. 그러니 스카우트 경쟁은 치열합니다. 인재를 구하러 해외로 나가는 스타트업마저 등장합니다. 고연봉에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아우성과 100만 명에 육박하는 청년실업자 통계는 모순적이고도 슬픈 풍경입니다. 13년째 등록금이 동결되고, 60대 이상 교원이 25%를 넘으며, 비정년교원이 3분의 1에 달하는, 그리고 그마저 2년째 문을 닫고 있는 대학의 초라한 사정이 그 풍경의 배후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