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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윤희숙의 정치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고은나라
  • 작성일 21.09.08
  • 조회수 580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염치(廉恥)란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가리킨다. 그와는 반대로 영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을 우리는 파렴치(破廉恥)하다고 말한다. 최근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사건은 염치와 파렴치의 대결이었다.

 

윤 의원 사건은 2016년 그의 부친이 세종시에 농지 3천여 평을 구입해 농사를 짓지 않고 농어촌공사에 위탁해 다른 사람이 대신 농사를 지은 것을 국민권익위원회가 농지법 위반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권고한 사건이다. 이에 윤 의원은 자신은 몰랐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 캠프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전체가 윤 의원의 행보를 '사퇴 쇼'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부터다.

 

민주당은 윤 의원 사퇴 쇼에 들러리 설 수 없다며 동의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보다 훨씬 심한 부동산 투기와 탈세, 심지어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여당 의원들도 사퇴하지 않고 있으니 윤 의원의 사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윤 의원이 아버지 일이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해 일반 시민으로 수사를 받겠다는데 그것을 막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정말 사퇴 쇼라 생각하면 3분의 2 의석을 보유한 여당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해서 그를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대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난 한명숙 씨나 2심까지 유죄가 확정된 정경심 씨에 대해서조차 강력하게 무죄추정을 하면서도 수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윤희숙 의원은 유죄로 단정하니 이 무슨 경우인가.

 

민주당이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과잉 대응이라는 정도로 반응했다면 이처럼 이율배반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이라면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 보는 정치 풍토에 자기 편만 싸고도는 패거리 의식에 빠져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정치판이다. 여당에서도 윤 의원 문제나 언론중재법 개정안 문제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어쩌다 간혹 몇몇 정신이 똑바로 박힌 정치인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곧바로 '배신자'라는 불명예를 씌워 정계에서 몰아낸다. 그들에게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는 없고 오로지 '내 편'과 정권에 대한 충성, 그리고 집권 연장밖에 없다.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들이니 정권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기에도 공공기관에 내 편인 사람을 알 박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20조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펀드를 움직일 책임자로 조국 밑에서 청와대 민정비서실의 행정관을 했던 사람을, 그것도 조직 개편을 해서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임명하는 사람들이다. 정작 그 사람은 아무런 금융 관련 경력도, 펀드매니저 자격증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파렴치한 일들을 하고 있을까.

 

차기 민주당 대권후보에 근접한 이재명 경기지사도 염치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6~7월, 대선 출마 선언 과정에서 경기도청 임기제 공무원 70여 명이 일제히 사퇴했다. 누가 봐도 이재명 사단이 출마를 계기로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공직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음식 관련 칼럼을 썼던 기자를 관광 분야의 전문가라며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하려다가 호된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가 부정적 견해를 밝히자 이에 격분해 '얼빠진 연구 결과'라며 연구자를 '적폐'로 몰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이재명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니 만약 집권하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바른 정치인은 자신의 행위에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국민에 충성하지 않는 정치인과 정당은 그 자체로서 존재의 이유가 없다. 사과만으로 책임이 져지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행동을 통해 책임져야 마땅하다. 여당으로부터 사퇴 쇼라 비난받던 윤희숙 의원은 벌써 의원회관의 방을 뺐고 보좌진들도 짐을 쌌다. 윤 의원을 비난하려면 책임부터 져야 할 것이다. 윤희숙의 정치가 이 나라의 정치판에 바른 정치의 기준이 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유권자의 선택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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