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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검사 선서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라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고은나라
  • 작성일 21.11.01
  • 조회수 765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이 공개돼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의 의혹에 대한 수사팀이 발족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했지만, 핵심 관련자인 김만배, 남욱, 정영학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성남시를 몇 차례 압수수색하면서도 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했다. 김만배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고, 남욱, 정영학을 비롯해 당시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무슨 증거가 추가로 밝혀졌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는 사이 박철민 전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의 제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조직폭력배와의 관련 의혹이 불거졌고, 대장동 이익 분배 설계를 반대했던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당시 하급자인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이 사직하라고 겁박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나타났다.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도지사가 황 사장의 사퇴 상황을 물은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한 직후였다. 증거 자료를 하나씩 내놓고 있는 박철민의 주장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태도다.

 

검찰은 유동규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 여러 대를 확보했으면서도 아직 어느 것이 유동규의 전화인지 특정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유동규의 공소장에서 배임 혐의를 삭제함으로써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배임 혐의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이쯤 되면 수사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편 손준성 검사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공수처의 움직임은 정반대다. 공수처는 손 검사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사자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이었고, 청구 후 수일이 지나서야 청구 사실을 알리는 기막힌 일도 벌어졌다. 뭔가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을 거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청구된 영장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영장 담당 판사로부터 범죄 자체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혹독한 평가와 함께 기각되었다. 공수처가 아니라 '정권사수처'라는 비판에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 두 사례는 청와대와 여당의 수사 지침과 압박 속에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억지로 서두르지 않았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당연하게도 법무부 장관이나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공작이라며 덮어씌우기 바쁘다.

 

자기 편이 아닌 사건의 검찰 수사를 보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의 전화 녹취록이 나오자 사기혐의로 수감 중이었던 제보자 지 씨의 말만 믿고 희대의 '검언유착' 사건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MBC는 이동재 기자와 제보자 지 씨가 만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보도함으로써 오히려 '권언유착'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여당 인사들은 입만 열면 검언유착이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지만 대표적 친여 검사인 이성윤 중앙지검장조차 결국 한동훈 검사장을 기소하지 못했고, 이동재 기자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내 편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아니면 유죄확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전형적 편가르기식 검찰권의 행사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요 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공수처가 이렇게 '후안무치'(厚顔無恥)해서야 되겠는가.

 

검사는 영어로 'State Attorney'라 부른다. 검사는 국가, 즉 공익을 수호하는 변호사라는 뜻이다. 그런 검사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익이 아니라 정권의 이익을 수호하면 이 나라는 어찌 되겠는가. 유전무죄(有錢無罪)만으로도 기가 막힌데 유권무죄(有權無罪) 세상이 되면 민주주의는 설 땅을 잃는다.

 

모든 초임 검사가 임용될 때 하는 '검사 선서'는 법적 의무 사항이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로 시작되는 검사 선서는 '용기 있는 검사, 따뜻한 검사, 공평한 검사, 바른 검사'로서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제 국민이 대한민국의 모든 검사에게 명령한다. 그대들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울 의무가 있다. 강자 앞에서 굴하지 않고, 약자 앞에서 군림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검찰이다. 이제 처음 선서했던 마음으로 돌아가 무도한 권력자들의 검찰권 남용으로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구하라.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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