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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李 지시’ 보도 제소, 언론봉쇄법 속편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고은나라
  • 작성일 22.01.19
  • 조회수 754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의 피고 5인에 대한 첫 공개재판 때 화천대유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 피고인의 증언이 큰 관심을 끌었다. 1조 원에 이르는 비상식적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근거가 된 7개 조항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증언은 즉각 언론에 보도됐고, 또다시 대장동 사건의 몸통 의혹이 갈 길 바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언론은 ‘이재명 지시’ ‘윗선 의혹’ 또는 ‘몸통 의혹’ 등의 제목으로 이 사실을 보도했는데, 민주당 선대위는 이를 문제 삼아 ‘이재명 지시’라는 문구가 들어간 보도를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 심의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작 당사자인 이 후보는 대장동과 관련한 질문만 나오면 “그만합시다”라면서 답변 자체를 거부한다.

 

이는 대장동 의혹을 이 후보와 연관시키는 기사는 아예 쓰지 말라는 것과 같다. 정치권의 언론에 대한 겁박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익 배분의 구조를 설계하고 실무자들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이 자신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후보는 시장으로서 모든 과정에 최종 결재권자였다. 핵심 피고인이 이익배분의 기준이 된 원칙과 그에 따른 사업 과정을 증언한 것은 이 사건 재판의 중심적 내용이며 이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다.

 

문제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보도마다 언론중재위 제소를 언급하고 언론을 겁박하는 행태다. 물론 당사자들의 반론권은 공정하게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제목의 크기나 기사의 분량까지 같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정도면 언론사 내에서도 독립적이어야 할 편집권까지 침해하는 요구다.

 

민주당은 지난해에 이른바 ‘언론봉쇄법’ 또는 ‘언론재갈법’이라고 불리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추진했었다. 언론사에 언론 보도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물리겠다는 법안이었다. 이 법안의 근본 문제는 피해를 발생시킨 보도 내용에 ‘고의’가 없었다는 입증 책임을 언론사가 지도록 한 점이었다. 손해배상의 일반적 법리는, 배상을 청구하는 쪽에서 가해자의 ‘고의’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의 개정안에서는 언론 스스로 고의가 없음을 입증하도록 함으로써 손해배상의 법리를 무시했다. 이는 사실상 언론의 입을 막는 독소 조항이었다. 민주당은 국회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바탕으로 야당과 심지어 정부의 주무 부처까지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다가 국내외 지식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비판에 봉착해 결국 물러섰다.

 

대장동 의혹 재판 과정의 보도에 대한 민주당의 행태는 ‘언론봉쇄법’의 후속편과 같다. 두 사례 모두 이념에 치우쳐 법치주의를 가볍게 여기는 운동권적 발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대장동 의혹은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당장 언론에 대한 겁박을 접기 바란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