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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우크라이나 위기를 외교로 풀어내려면 / 강윤희(러시아, 유라시아학과) 교수

  • 작성자 고은나라
  • 작성일 22.02.21
  • 조회수 781

 

러시아군 보병부대의 BMP-3 장갑차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훈련장에 배치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는 미국 및 나토 측과 마지막 외교적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협상의 성공 여부에 따라 우크라이나 위기가 대화로 해결될지, 전쟁으로 치닫게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협상이 성공하려면, 양측 모두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대립한다면, 각 측이 원하는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가 그 합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통해 획득하고자 했던 최대치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외무부가 미국과 나토 측에 제시한 안전보장안에 담겨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및 나토의 1997년 확장 이전 지역으로의 철수 등을 법적 구속력 있는 서면 협약으로 요구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동유럽, 카프카스, 중앙아시아에서 나토군의 군사 활동 중단과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를 요구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미국과 나토,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요구사항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식적으로 이러한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러시아와 나토 간의 안보 문제로 프레이밍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공식화할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예측되었던 부분이다. 어떤 국가가 특정 국제기구나 군사동맹에 가입할지 말지를 타국이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제사회의 가장 핵심적 원칙인 국가주권에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이미 확대된 나토 조직을 1997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모스크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고 군사적 방법으로 크림을 탈환하려 시도하면 유럽 국가들은 자동으로 러시아와의 무력 분쟁에 끌려들어 오게 된다"며 나토의 확장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EPA 연합뉴스

 

그렇다면 러시아가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소치는 무엇이 될 것인가? 첫째, 우크라이나의 실질적인 나토 가입 포기이다. 나토 측의 서면 보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나 나토 측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을 추진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나토 가입을 강행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보내고 있다.

 

둘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분쟁의 핵심 지역이었던 도네츠크, 루간스크 분쟁 지역에 관한 민스크 협정의 이행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강요하는 것이다. 분리주의 반군세력에게 유리하게 맺어진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이 지역의 최대한도의 자치권을 확보하고 이 지역을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셋째, 나토와 관련해서는, 나토와 러시아 간의 신뢰 구축 및 투명성 메커니즘 회복 등을 얻어낼 수 있다. 최근 미국 측은 폴란드나 루마니아 미사일 기지에 순항미사일이 배치되지 않았다는 것을 검증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이와 별도로 미국과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신전략무기군축협정에 대한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

 

이 정도 선에서 러시아와 미국 및 나토 측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면 탈냉전 이후의 최대 군사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자국이 원하는 최대 요구사항을 전 세계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동시에 핵심적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 있게 된다. 미국 및 나토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를 막아낸 것으로 승리를 자축할 수 있으며, 국제질서의 원칙을 지키고 우크라이나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맹의 신뢰성을 훼손시키지 않았다고 자족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얻는 것이 거의 없지만, 전쟁이라는 끔찍한 가능성을 회피한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