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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처형한 브루투스…법치로 로마공화정 450년 존속 / 박규철(교양대학) 교수
대전환 시대, 공공리더십을 말하다
성과주의에서 지혜·동점심에 근거한 윤리적 리더십 지향
지방자치·소셜 미디어 시대에도 필요한 공동체와 리더십
정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적인 것’으로부터 ‘공적인 것’을 분리시키는 일이다. ‘호모 폴리티쿠스’, 즉 ‘정치적 인간’은 이러한 분리 작용을 통해서 탄생된다. 기원전 6C 로마의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BC 545∼509년)는 ‘사적인’ ‘것’에서 ‘공적인’ ‘것’을 분리시켰던 최초의 정치적 인간이었다.
다음달 3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공공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아름답고, 안전하게 투표할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폭군이었던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BC 6세기)를 강제 퇴위시킨 뒤, 역사상 최초로 ‘공화정’을 탄생시켰다. 공적인 리더로서 그의 리더십은 폐위된 수페르부스의 왕정 복귀 반란과 연관된 두 아들에 대한 처형 때 빛을 발했다. 주변인들이 만류하고 아내가 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끼에 의해 두 아들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이처럼 로마 공화정은 브루투스 같이 법치에 근거한 리더의 공공리더십에 의해서 약 450년간이나 존속할 수 있었다.
CNU리더스피릿연구소(소장 서영식 교수)의 『공공성과 리더스피릿』은 ‘공공성’과 공적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천착한 책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 속에서 전개되는 공적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설득적이다. 사실, 공공성의 문제는 정치철학의 주된 문제였다. 그것을 공적 리더십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CNU리더스피릿연구소는 이 지난한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내놓았다.
플라톤부터 율곡·도산의 리더십까지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0명의 집필자들이 공을 들여 만들었다. 서영식이 ‘플라톤’ 및 ‘옥타비아누스’의 리더십을, 김충현이 ‘엘리자베스 1세’의 리더십을, 김택중이 ‘찰스 디킨스’의 리더십을, 이종성이 ‘율곡’의 리더십을, 황수영이 ‘도산’의 리더십을, 그리고 김희정이 ‘가인 김병로’의 리더십을 각각 집필하였다. 또한, 임의영이 「공공성과 리더십」을, 김찬동이 「지방자치와 리더십」을, 김재영이 「소셜미디어 시대의 리더스피릿」을, 그리고 전기석이 「리더의 카리스마, 독인가 약인가?」이란 글을 완성했다.
책에는 주목할 만한 문장들이 적지 않은데,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임의영은 ‘공공리더십’을 “리더가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고 공동체 전체를 인도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공공리더십은 공-통-인의 원리를 전략적으로 실현하는 리더십이다. 추종자들과 함께하고, 소통하며,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 공공리더십의 핵심”(52쪽)으로 소개하였다. 서영식은 공공리더십의 방향성을 “‘리더에게 요구되는 정신’이란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금 여기서 가장 필요로 하는 바, 즉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공유비전’으로 개념화한 후 다시 현실에서 구성원과 협력하여 성취할 수 있는 자세와 역량”(144쪽)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종성은 율곡 리더십의 특징을 “율곡은 정치적 리더라면 반드시 이상과 같은 인 또는 자애와 검약, 겸허라고 하는 세 가지 리더십 정신을 소유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사적 이기심과 욕망을 제거한 공적 자아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94쪽)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언급들을 통하여, 독자들은 공공성과 공적 리더십에 대한 풍부한 통찰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선 위한 봉사·소통이 공공리더십
CNU리더스피릿연구소가 지향하는 리더십은 ‘후마니타스(humanitas)’적 리더십이다. 기존의 리더십 연구가 경영학이나 행정학에 치중되었다면, 리더스피릿연구소는 동서고금의 인문학에 기반 하여 리더십 이론과 방법을 천착하였다. 이런 점에서 본 책은 폴 우드러프 미국 택사스대 철학과 교수의 『아이아스 딜레마(The Ajax Dilemma: Justice, Fairness, and Rewards)』가 지향하는 가치와 일치한다. 그리스 고전에 기반 해 현대 기업경영에 필요한 리더십을 연구하고 있는 폴 우드러프 미국 택사스대 철학과 교수는 성과주의 중심의 기업문화를 ‘지혜’와 ‘동정심’에 기반 한 ‘윤리적 리더십’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는데, 그의 이러한 제안은 리더스피릿연구소가 지향하는 연구방향과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리더스피릿연구소의 세 번째 리더십 연구서인 『20세기와 CNU의 리더스피릿』가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서는 공적 리더들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길 기대한다. 21세기 우리사회에 필요한 공적 리더십은 바로 서번트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박규철
국민대 교수(철학)·후마니타스 리더십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