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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부활 이끈 ‘우승 DNA’?… 지고는 못사는 ‘승부욕’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고진영은 지난해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시즌 최다인 5승째를 거뒀고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까지 독차지했다. 고진영의 LPGA투어 3년 연속(2019∼2021년) 상금왕은 은퇴한 멕시코의 로레나 오초아(2006∼2008년) 이후 13년 만의 쾌거다.
끝은 좋았으나 사실 지난 시즌은 고진영 본인의 표현대로 극심한 ‘골프 사춘기’를 겪은 해였다. 우승 없이 전반기를 보냈고 기대를 안고 출전한 생애 첫 올림픽에선 공동 9위에 그쳤다. 92주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라이벌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내줬다.
부진에 빠진 고진영이 선택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기. 도쿄올림픽 이후 한 달 동안 투어를 접고 국내에 머물며 스윙을 재정비했다. 주말도 없이 매일 아침 8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주니어 시절처럼 독하게 훈련했다. 인고의 과정을 거친 뒤 투어에 복귀했고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7개 대회에서 4차례 우승과 1차례 준우승을 거두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올해 첫 출전에서 우승했다. 고진영은 6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17언더파 271타로 통산 13승째를 거뒀다. 고진영은 특히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와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라는 2개의 신기록을 작성했다. 60대 타수는 지난해 10월 22일 BMW챔피언십 2라운드부터, 언더파 스코어는 지난해 7월 26일 에비앙챔피언십 4라운드부터 이어왔다.
고진영에겐 ‘15번째 클럽’이 있다. 다름 아닌 남다른 승부욕. 손목 부상으로 인해 고생했고 캐디가 기권을 권유할 만큼 통증이 심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4번이나 우승하고도 올해의 선수상을 받지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기 때문이고, 고진영은 마침내 암초를 깨부수고 정상에 올랐다.
스포츠심리학에 따르면 승부욕은 선수들의 성공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심리적 요인의 하나다. 문화적, 환경적 영향도 있지만 성격적 특성에 가까워 타고난 측면이 강하다. 스스로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는 고진영은 이런 파이터 기질을 권투를 한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귀띔했다. 고진영의 아버지뿐 아니라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까지 권투를 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 역시 승부욕이 유별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6살 때 일이다. PGA투어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샘 스니드(1912∼2002)와 이벤트에서 만났다. 파 3홀에서 우즈가 친 공이 짧아 그린 앞 연못가로 굴러 내려갔다. 절반쯤 물에 잠긴 공은 치기 어려운 상태였고, 스니드는 우즈에게 공을 꺼내서 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우즈는 스니드를 꼭 이기고 싶었고, 벌타를 받지 않으려고 그대로 공을 쳤으며 그린에 올렸다.
우즈의 이런 승부욕은 야구선수 출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우즈의 부친이 군인으로 근무하던 당시 한 장교가 그에게 내기 골프를 제안했다. 그 장교는 프로골퍼를 아버지로 둔 실력자였고 난생처음 골프채를 잡았던 우즈의 부친은 당연히 무참하게 패했다. 설욕하고 싶었지만, 그 장교는 6주 후 제대 예정이었다. 밤낮으로 골프 연습에 몰두한 우즈의 부친은 그 장교가 제대하기 3일 전 리턴매치를 펼쳐 승리를 거뒀다.
적절한 승부욕은 동기를 자극하고 발전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승부욕이 강한 선수일수록 실패나 패배에 심리적으로 더 취약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매사에 경쟁적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아 심리적으로 쉽게 소진되기도 한다.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극심한 부진 끝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선수가 대부분 이런 경우다.
남과 경쟁하기보다 자신만의 목표를 상대로 경쟁하고, 적절한 휴식과 취미 활동으로 삶과 일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만이 과한 승부욕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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