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퀵메뉴 메뉴에 대한 사용자 설정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 체크 후 저장을 한 경우 쿠키 저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글로벌포커스] 낙관주의는 때때로 치명적일 수 있다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자신의 힘을 냉정하게 판단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가 고전하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매우 과장 평가하고, 상대의 능력을 심하게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최근 비현실적인 낙관주의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약 5년 전까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나치게 과장한 '헬조선' 이야기에 주목하던 수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은 지금 '추월의 시대' '대전환' '선도국가' 등을 열심히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가까운 미래에 세계 5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고, 미·중 신냉전에 한국이 대안적인 질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듣기 좋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만큼 비현실주의적인 낙관주의는 자기 평가를 왜곡하고, 나중에 위험한 전략적인 실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강대국, 세계 5강이 될 길을 가로막는 몇 개의 걸림돌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걸림돌에 눈을 감고 있다.
첫째는 초저출산 및 초고속 고령화다. 작년에 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는데, 믿기 힘들 만큼 낮은 수치다. 이미 작년부터 총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2030년대에 들어서면 인구 감소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오늘날 한국 인구는 5100만명이며 세계 28위인데,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50년에는 4700만명으로 감소하고 순위는 46위로 내려갈 것이다. 경제력이나 일인당 생산성이 높다고 해도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5강이 될 희망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하는 나라다. 2050년 한국인 10명 중 4명은 노인일 것이다. 생산인구의 급감은 성장률의 감속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다른 편으로,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일본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많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 초부터 5년마다 1%씩 장기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 2020년대 중후반의 장기 성장률은 0%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한다. 저성장은 선진국 대다수의 공통점이지만,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 때문에 상황이 특히 나쁠 것 같다. 물론 이것은 30~40년 후 한국이 무너질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전히 선진국 중 하나로 남아 있겠지만, 5강과는 차이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인구·경제 문제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문제까지 등장하고 있다. 30년 전에 이미 끝난 줄 알았던 남북 체제 경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북핵의 성공 때문에 얼마 전까지 상식이었던 것은 불확실성의 영역에 진입했다. 북한이 핵 미사일로 뉴욕이나 LA를 위협할 때, 미국 핵우산은 진짜 작동할까? 역사를 보면 미국은 핵보유국과 싸운 적이 없는데 이번에 정말 싸울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알 수 없다.
오늘날 한국 여론은 한국이 세계 6위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서, 낙후한 인민군은 위협이 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국군의 최첨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자부심도 많다. 그런데 인민군은 핵보유 군대다.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으로 정말 전술핵을 가로막을 수 있을까? 많은 한국 사람들은 북한이 같은 민족의 나라인 남한을 핵으로 겨냥할 수조차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4월 초 김여정은 북한이 국군에게 핵공격을 할 계획이 있다고 명언함으로써 수많은 한국인들의 환상이 아무 근거가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자신의 생존조차 위협을 받는 나라가 세계 5강이 되고, 초강대국의 대립에 대안을 제안할 능력이 있을까?
광복 이후 현대 한국은 고생이 없지 않았지만 정말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 역사상 가장 빛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매우 위험한 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 한국은 오늘날의 도전을 과소평가하고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 지나친 낙관주의는 판단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