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닫기

전체메뉴

Quick Menu

Quick Menu 설정

※ 퀵메뉴 메뉴에 대한 사용자 설정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 체크 후 저장을 한 경우 쿠키 저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언론속의 국민

[너섬情談] 모터사이클과 오토바이 / 이경훈(건축학부) 교수

  • 작성자 고은나라
  • 작성일 22.07.20
  • 조회수 503

 

이륜차에는 두 종류가 있다. 모터사이클과 오토바이다. 체 게바라가 타고 남미를 누비던 것이나 영화 주인공이 활주로를 질주하는 것은 모터사이클이다. 반면에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두 바퀴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오두바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모터사이클은 동경과 감상의 대상이지만 오두바이는 경멸과 차별의 대상이다. 우리 동네 대로변 전신주에는 ‘오토바이 집중 단속’이라 쓰여진 큰 팻말이 붙어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장 명의이니 공식 문서인데 섬뜩하다. 그들도 면허를 취득하고 세금과 보험료를 내며 잔뜩 세금을 치른 휘발유로 움직이는 합법적인 교통수단이다. 그런 이륜차를 앞뒤 맥락 없이 단속하겠다고 한다. 위법, 불법 오토바이를 단속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조급하게 드러난 것이라 이해는 하지만 오두바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과 혐오 그리고 차별이 드러나는 장면으로 읽히기도 한다.

 

실제로 오토바이는 문제가 많기도 하다. 경적을 울려대며 위험하게 자동차 사이를 빠져나가는가 하면 밤이면 평온해야 할 아파트 단지와 거리에 굉음이 메아리치게도 한다. 몇 년 전 어렵사리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하고 거리로 나가보니 고충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여름에는 무척 덥고 겨울에는 온몸이 얼어붙을 만큼 춥다. 차선을 지키며 얌전하게 진행하고 있어도 못 본 것인지 혹은 충분히 민첩하니 알아서 비킬 거라는 확신 때문인지 큰 차들이 그냥 덩치로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배기통을 개조해서 소리를 키우거나 밤에는 거의 불덩이처럼 보일 만큼 조명을 과장하는 것도 자신이 엄연히 있음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게다가 규정은 하위 차선으로만 운행하게 돼 있어 버스와 트럭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야 한다. 건널목이라도 만나면 우회전하는 차들이 두세 겹으로 늘어서 있고 그 틈을 균형 잡으며 지나는 일이 고역이다. 지나는 자전거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고속도로는 물론 강변북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막히는 도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고충도 크다. 돈을 낸다 해도 공영주차장에 주차도 할 수 없다.

 

오토바이는 몇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생계를 위한 스쿠터 등이다. 이들은 눈, 비가 오더라도 운행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 둘째는 불편한 대중교통에 일종의 자구책으로 타는 경우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만원이고 빙빙 돌아가는 노선 때문에 승용차 출근이 훨씬 빠르지만 그만한 여유는 못 가진 경우다. 스포츠나 여가의 형태인 모터사이클은 혼잡한 시내 대신 교외의 장소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시내 위법 주행과는 관계가 적다. 폭주족도 있지만, 자동차에도 폭주족이 있으니 모든 이륜차를 일반화해서 단속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렇게 보면 시내에서 마주치는 이륜차는 대개 사회적 약자에 해당한다. 게다가 자동차와 달리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써서 집중해 운행해야 하는 물리적·심리적 약자이기도 하다. 약자를 배려하기보다 위협하고 혐오하는 것은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지난달 25일 ‘이륜자동차시민단체총연합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이다. 이륜차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당국에 부당한 처우 개선과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다. 우선 별다른 근거 없는 법규를 없애 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을 금지하거나 항상 하위 차선으로만 다닐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는 OECD 나라 중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이륜차 영업번호판 같은 체계적인 제도와 교육이다. 요즈음 오토바이에서 내려 끌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이 흔하게 보인다. 계도와 단속 덕이다.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간편한 교통수단이 나타나고, 도시 공간은 혁신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 새 모빌리티는 오토바이보다 훨씬 더 가볍고 빠르며 그만큼 더 위험에 취약할 전망이다. 거리의 새로운 약자마저 차별하고 혐오하며 위협할까 걱정이다.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