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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마음의 저울 눈금이 섬세한 MZ세대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2.09.20
  • 조회수 483

이은형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 대기업 직장인 A씨의 ‘혼밥 먹기’ 사연이 그것이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은 혼자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모두 식사하러 나간 뒤 빈 사무실에 불이 꺼지면 자신이 싸온 샌드위치를 꺼내 먹으면서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일주일 내내 점심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이 든단다. 어느날 어둑한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상무님이 들어오더니 ‘무슨 일 있냐’며 깜짝 놀라길래 자신이 더 놀랐다며 웃었다. 당시 A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무님 못지않게 놀란 것이 궁금증으로 이어져 책까지 쓰게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를 조금 이해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A씨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밀레니얼 직장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의 저울이 참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신과 의사가 쓴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선배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실현했다.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선배세대의 마음의 저울은 대체로 투박하고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선진국으로 가는 나라, 또는 거의 선진국에서 태어난 MZ세대는 생존욕구가 충족된 세상에서 성장하면서 더 섬세하고 예민한 마음의 저울을 갖게 되었다.

 

 

사람 만나면 방전된다는 MZ
혼밥 하면 방전된다는 선배
서로 ‘무례하다’ ‘싸가지없다’
후배 존중하면 자신도 존중받아

 

 

 


마음의 저울 눈금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세대는 서로에게 ‘무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배세대는 자기만 중요하게 여기는 후배세대가 ‘싸가지 없다’고 생각한다. 쉽게 상처받는 것처럼 보이는 후배세대에 ‘나약하다’고 혀를 차기도 한다. 후배세대는 너무 투박한 선배들의 표현과 매너에 상처를 받는다. 선배들은 “내가 뭐라고 했다고 상처를 받아?”라고 묻지만 서점가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섬세한 멘탈을 달래주고 대처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장한 지 오래되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신경끄기의 기술』 『무례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에 대해 일찌감치 주목하면서 10년째 광범위한 설문조사 및 보고서를 펴내는 딜로이트 컨설팅은 2022년 ‘밀레니얼과 Gen Z(Z세대) 직장인의 정신 건강’에 대한 백서를 발간했다. 46개국 2만3천여명의 M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중 거의 절반이 상시적인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번아웃 상태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의 번아웃 정도가 선배세대에 비해 더 높다는 통계가 종종 발표되었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더 큰 스트레스는 오히려 지금부터라는 목소리도 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대면근무가 늘어나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대면근무로 인한 상사와의 갈등 및 늘어난 회식에 대한 불만 접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더불어 ‘꼰대 상사’를 대신한 용어 ‘고나리자’의 횡포를 폭로하는 블라인드 게시물도 늘었다. ‘고나리자’는 컴퓨터 자판에서 ‘관리자’를 치면서 생기는 오타를 빗댄 용어로 ‘고집세고, 팀원의 언행에 간섭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지난 8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82회 전미경영학회에서는 현재 모든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을 진단하면서 ‘믹스맥스(MixMax)전략’을 조언했다. 각 조직의 특성에 맞게 대면 및 비대면 근무를 잘 섞어서 최적화함으로써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면 및 비대면근무를 믹스하는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은 단지 비대면근무의 비율을 정하고, 원격 근무장소를 새로 만드는 등의 하드웨어가 아니다. 뉴노멀의 하이브리드 근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조직의 토양, 즉 조직문화를 더 우선해서 신경 써야 한다. 리더의 태도가 조직문화를 결정한다.

 

 

조직의 변화는 구성원들의 마음이 움직일 때 비로소 가능하다. 마음의 저울 눈금이 이렇게 섬세한 후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면 암기하자. 서로 존중하면 된다. 리더만 노력해야 하냐고 묻는 분도 종종 계시다. 안심하시라. 자신을 존중하는 선배를 후배가 존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