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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심야택시난은 포퓰리즘의 대가였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2.10.11
  • 조회수 388

정책이란 기본적으로 현 상태를 바람직한 상태로 변화시키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의미한다. 새 정책을 시행하면 기득권을 갖는 이익집단에게 피해를 주어 강한 반대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의 반대가 강하다는 이유로 공동체 전체에 이익이 되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거나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정책인은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해야 하므로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사전에 예상하고 이를 잘 관리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사례를 통해 현실을 살펴보자. 최근 갑자기 의제화된 정책문제 중 하나가 심야택시 승차난이다. 서울시는 심야에 필요한 택시가 약 2만4000대인데, 현재 공급은 2만여대 수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공급이 적어 승차난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이번 승차대란의 근본적 원인일까.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들고 야간활동이 늘어나면서 택시 승객은 증가했지만 심야에 영업하는 택시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승차난이 극심해지자 당정과 서울시는 많은 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무엇보다 공급확대가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심야전용 택시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법인택시의 운행 조를 변경하고 개인택시 중 심야전용 택시로의 조 변경을 상시 허용하기로 했다. 개인택시의 부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하고 택시기사 취업 절차를 간소화시켜 심야택시 공급을 즉각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왜' 공급이 줄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단순히 조 변경이나 취업절차 간소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택시기사들이 야간운행을 통해 수익을 얻기 어렵다면 공급을 늘려도 실제 영업에 나설 택시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야 승차난의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 시국에 배달료가 증가하면서 일부 택시들이 택시 영업보다 이익이 되는 배달 서비스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다 구조적 문제는 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이 높아 심야시간대 스스로 영업하지 않는 택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호출료를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고, 2023년부터는 기본요금을 1000원 올리면서 기본 거리는 줄여 추가 거리 및 시간 요금을 모두 인상하기로 했다. 뿐만아니라 심야할증 시간도 12시에서 10시로 앞당겨 택시기사의 이익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당연한 조치일테지만 기본적으로 품질과 서비스 개선 없이 오른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그래도 안되면 플랫폼 택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천명하기는 했다.


사실 이 사태는 예견되었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 전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가능한 플랫폼 모빌리티 사업의 씨를 말린 것이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만일 그렇다면 플랫폼 모빌리티를 막고 있는 한, 택시 승차난은 계속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요금을 올려 모든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가능한데 우버나 타다는 불가능한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 에어비앤비 활성화로 부족한 호텔 공급은 크게 완화되었고 국내외 관광객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으며, 관광산업의 활성화로 자영업자들의 시장 기회도 크게 증가했다. 플랫폼 모빌리티로 택시업계가 받을 타격은 이미 수년 동안 그들을 보호함으로써 국민들이 부담해왔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몇 년의 기간을 한정해 택시산업의 구조를 바꿔 우버와 타다 같은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타다 불법화에 앞장섰던 정치인과 정책당국은 특정 이익집단에 발목이 잡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져버린 결과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 선택했던 대중영합적인 결정이 국민에게 어떤 부담을 안겼는가를 보라. 택시 승차난은 단지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민주적 정치과정에서 표를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공동체 전체가 아니라 소수 이익집단을 위한 정책이 반복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