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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긴 겨울이 계속될 한반도 정치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2.11.10
  • 조회수 349

중국의 무조건 원조 받는 北
오랫동안 적대정책 이어갈듯
회담과 압박은 일시적 소재
북을 밑바닥에서부터 바꾸는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2018년 사람들은 '한반도의 봄'이 드디어 왔다고 믿었지만, 탄도미사일 발사로 가득 찬 2022년 가을의 모습을 보면 2018~2019년의 '한반도의 봄'은 진짜 봄이 아니라 길고 긴 겨울에 가끔 생기는 며칠간의 덜 추운 날이었다.


한국의 겨울을 보통 삼한사온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북한 정치 날씨는 아마 5한1온이 아닐까? 2020년 이후 한반도 정치에서 다시 시작된 차가운 겨울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다. 미·중 대립으로 인해 중국의 완충지대가 된 북한은, 베이징의 무조건적 원조를 받게 되었기 때문에 향후 오랫동안 내부 변화도 없으며 계속해서 적대적인 대남 정책을 취할 것이다.


한국에서 진보파도 보수파도 북한 문제를 빨리 해결할 '항생제와 같은 방법'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보파는 나중에 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다시 방문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조약 몇 개에 사인한다면, 한반도에서 핵문제를 비롯한 어려운 문제들이 잘 해결되고, 남북 평화 시대의 막이 오른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 길을 막는 걸림돌이 한국과 미국의 강경세력이라고 비판하고는 한다. 물론 이것은 착각일 뿐이다. 수십 년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 북한 지도부에 비핵화는 자살과 같은 행위이다. 평양은 남한과의 교류를 자신의 주민들에게 사상적 독약을 주는 행위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진보파 정치인들은 여전히 회담을 통해 북한 엘리트층이 자신의 기본 이익을 파괴하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혹은 믿는 척하고 있다.


보수파 역시 북한 엘리트층이 중요한 양보를 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줄 아는데, 압박, 제재, 강대강 노선이다. 지난 수십 년의 경험은, 이 희망도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북한이 매우 고립되었던 1990년대 말, 수십만 명의 아사에도 불구하고 평양은 핵 개발을 감속하지 않았다.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의 후원을 받게 된 북한이 보수파가 희망하는 양보를 할 가능성은 없다. '전략자산 배치' 등은 한국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겠지만, 북한의 행동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을 움직이는 엘리트들은 핵 보유, 쇄국정책 유지, 그리고 인민들에 대한 감시 및 공포정치 실시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막대한 보상 또는 심한 외부 압박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생사 문제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장기적인 효과를 겨냥해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가끔 긴장 완화를 위한 회담도, 가끔 강한 대북 압박을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북한 문제 해결이 아닌, 북한 문제를 관리하는 수단, 즉 전술적인 정책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북한 사회를 바꾸는 방법이다. 북한 엘리트층이 쇄국정책을 체제 유지의 필수조건 중 하나로 생각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인민들이 외부 세계, 특히 같은 민족의 남한이 얼마나 자유롭고 풍요로운지 알게 된다면 체제에 대한 심한 실망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실망은 반체제운동 및 혁명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 공산권 국가들에서 해외에 대한 지식의 확산은 공산당 독재의 기반을 파괴한 핵심 변수였다. 아마도 북한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 내부에서 해외에 대한 지식이 확산되도록 도와주면 좋다. 대북방송을 비롯한 정보 전파도 좋으며, 북한과의 인적 교류도 좋다. 평양당국에 있어서 남한과의 교류는 그것이 무엇이든, 쇄국정책을 약화시키고 인민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든지 빠른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정책은 무엇보다도 인내를 필요로 한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