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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한국 정치와 축구, 무엇이 더 나은가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2.11.29
  • 조회수 456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1975년 한국정치학회가 출간한 '정치학대사전'에 의하면 정치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항쟁 및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을 말한다. 아무리 강한 인간도 혼자 떨어져 살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이익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정치공동체에서 살아가려니 이런저런 규칙도 만들고 이를 어긴 사람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도 합의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칙도 만들어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이 바로 정치이며, 결과는 국민의 행복이다.

 

정치학개론의 첫 강의에서나 간단히 소개하는 이런 상식적 이야기를 이 귀중한 지면에서 이토록 길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 한국 정치의 모습이 국가와 정치, 그리고 우리 헌법이 규정한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칙과 멀어도 너무 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5월 9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지만 국회의 3분의 2 의석을 가진 야당은 도무지 협력할 생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행사한 인사권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국책연구소, 심지어 정부 부처에까지 알 박기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시쳇말로 빼 째라고 버티고 있다. 임기가 있으니 임기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란다. 그들은 문재인의 사람이었기에 그 자리에 임명된 것이지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을 국민 모두 알고 있다. 인사권이 있다고 임기 말에 자기 사람들로 채우는 인사를 한 사람도 뻔뻔하고 몰상식하지만, 정권이 바뀌어 가치와 이념, 생각이 다른 정권에서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티는 사람도 인간 이하이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은 누가 봐도 중립성을 잃은 거짓 방송으로 국민을 호도하면서도 언론을 탄압한다며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대통령의 출근길 인터뷰에 슬리퍼짝 끌고 나와 팔장 끼고 서 있다가 대통령의 등 뒤로 소리 질러 항의하는 모습을 모든 국민들이 봤다. 유엔을 방문한 대통령의 혼잣말을 제멋대로 자막을 붙여 방송했고, 백악관에까지 따져 물었다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니 그냥 입을 닫았다. 대통령의 아세안 외교 시 전용기에 MBC 기자의 탑승을 거부한 것이 잘한 일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언론의 자유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MBC가 언론인가 치워 버려야 할 쓰레기인가.


국회에 이르면 갈등과 경쟁, 타협이 실종되고 막말과 저주만 남은 한국 정치의 현실은 더욱 극명해진다.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예산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역점 사업이나 대통령실, 경찰국 등 예산은 모두 줄이거나 없애고 이재명 대표 공약 사업의 예산은 대폭 늘리고 있다. 이 정부가 이재명 정부이거나 민주당 정부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민주당은 또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법을 만들겠단다.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이사진 임명권을 갖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불법적으로 KBS 사외이사를 몰아내 사장을 비롯한 지배구조를 바꾸고 모든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PD를 모두 교체해 놓고는 국민의힘이 똑같이 하는 것은 못 보겠다는 것이다.


공당의 대표가 해서는 안 되지만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찰을 맹비난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이재명 개인의 범죄 의혹 수사를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막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야당 대표이니 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지금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제와 안보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전국적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임금과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그들의 권리이니 노조의 파업을 무조건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권리라도 나라를 위기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경제위기에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어려운 우리의 이웃들이고, 바로 당신들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에 윤석열 정부의 책임도 크다. 손뼉이 마주 쳐야 소리 나는 것처럼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은 모두 한마음으로 16강 진출의 염원을 향해 온몸을 던지고 있다. 얼굴 골절을 당해 뛰어서는 안 될 주장 손흥민 선수의 부상 투혼은 국민은 물론,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들에겐 오직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자기희생만 있을 뿐이다. 너무 대조적이지 않은가. 정치인들에게는 개인과 당파만 있을 뿐, 대한민국은 없다. 이런 정치, 이런 정당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