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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아침광장]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과 FIFA의 정치화 / 박창건(일본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2.12.13
  • 조회수 381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스포츠가 정치를 경계하는 이유는 스포츠 그 자체의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30억 세계 축구팬들로부터의 사랑을 받는 월드컵은 가장 정치화되기 쉬운 지구인의 스포츠 축제로 변질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월드컵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글로벌 뉴스가 쏟아지는 이벤트를 상업적으로 발전시키려는 FIFA의 정치화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22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개최국을 카타르로 무리하게 결정하면서 전통적인 대회 기간인 6~7월이 11~12월로 사상 처음 변경되었다. 2022년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카타르에서 개최되고 있는 월드컵은 아랍권뿐만 아니라 이슬람권에서 열린 첫 번째 대회로서 카타르의 발전, 개혁, 진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어울리지 않게 개최지 선정과정부터 개최 후까지 역대 어느 월드컵보다 뜨거운 정치 논쟁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최국인 카타르는 무더운 사막성 기후를 무릅쓰고 잔디 구장 등 대규모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역대 최악의 탄소 발자국을 기록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착취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월드컵이 피로 얼룩졌다.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공사에 투입된 외국인 이주 노동자 6,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지만, 카타르 정부도 FIFA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는 작업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건설 인부들은 케냐,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인근 지역에서 건너온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에 노동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가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카타르 측은 그간 대책 마련에 힘써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피에 젖은 월드컵’을 향한 보이콧 선언도 나오는 가운데 칼리드 살만(Khalid Salman) 카타르 월드컵 대사가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고 개막 이틀 전 급작스럽게 경기장 내 주류 판매가 금지되는 등 종교 관련 논란도 잇따라 일면서 개최국 자격에 대한 정치적 논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월드컵 경기 과정에서도 축구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현실을 감추고 이란 정권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란 축구 대표팀도 현재의 이란 정권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이란 대표팀 주장인 에산 하지사피(Ehsan Hajsafi)는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B조 첫 경기를 앞두고 “조국의 상황이 옳지 않으며, 이란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란 내 반정부 시위 탄압 문제를 언급했다. 더욱이 잉글랜드와 맞붙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았고, 두 골이나 넣었지만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목숨 건 행동에 국제사회의 찬사와 응원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란 내 여론은 달랐다. 더 적극적으로 정부를 비판하지 않은 대표팀에게 실망한 기색을 표출했고, 이란 축구팬들은 선수들이 이란 정부의 부당함을 알리는 역사적 기회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쏟아 냈다. 이란인들은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잘 싸우면 이란 정권이 정상이라는 잘못된 인식만 심어 줄 것으로 생각해 오히려 패배를 염원했다. 흥미롭게도 이란의 16강 진출이 무산되자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 전역이 환호성으로 들썩거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카타르 월드컵은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표출하는 정치적 도구로도 활용되었다.


카타르 월드컵은 FIFA가 지향하는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퇴색되고 스포츠의 정치화로 얼룩지게 되었다. FIFA는 2026년 캐나다-미국-멕시코 등이 공동 개최하는 제23회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을 48개국으로 늘렸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는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렸던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본선 진출국 확대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잔니 빈첸초 인판티노(Giovanni Vincenzo Infantino) 회장이 유럽 구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를 관철시켰다. FIFA가 월드컵 출전국을 파격적으로 늘린 이유는 재정적 수익을 확대시키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FIFA의 움직임은 순수한 국제스포츠 단체를 넘어서 상업성을 강조하는 정치화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다. FIFA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권력적인 속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점차 강화될 FIFA의 정치화는 세계 축구가 스포츠로 지향하는 길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