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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5년마다 대외정책이 180도 바뀌는 나라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1.18
  • 조회수 331

 

 

尹정부가 한일관계 복원하면
진보가 집권했을 때 유지될까
한국 외교의 평균수명은 5년
양극단 오락가락하는 한국에
이웃 국가들은 불신을 쌓는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핵심 외교 과제 중 하나는 일본과의 관계 복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지난해 9월에 첫 회담을 했으며, 같은 해 11월에 재회했다. 윤 정부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보수정부가 전임 정권 때 붕괴된 한일관계를 조속히 복원할 열망이 분명히 있음을 전달했으며, 지난 12일에는 사실상 구체적인 타협 제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일본 측은 한국의 제안에 신중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이 신중한 태도를 가져온 기본 이유는 한국 대외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의심이다. 그 의심은 근거가 충분히 있다. 최근에 필자는 일본인들, 특히 미국인들에게서 '다음 선거에 진보파가 당선된다면 윤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합의가 생존할 확률이 얼마 정도 높을까'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필자는 이 질문에 '그리 높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진보정권이 재등장한다면, 거의 확실히 윤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합의는 지나친 양보이며 굴욕외교라고 주장하면서 재협상이나 파기를 주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과 맺은 외교 합의의 평균 수명이 5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굳어지고 있다.


이것은 진보파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진보파 또는 보수파의 입장 모두 올바를 수 있다. 문제는 선거 이후 여야가 교체될 때마다 한국의 대외정책은 하루아침에 180도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특징이다. 양당 체제의 선진국 대부분은 '정권교체' 때 국내 정치가 크게 바뀔 수 있지만, 대외정책에서는 큰 변화가 별로 없다. 흥미롭게도, 현 정부의 대외정책을 시끄럽게 비판하는 야당 세력도 당선된다면 많은 경우 기존 대외정책과 별로 큰 차이가 없는 노선을 실시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대외정책에서 180도 전환, 급커브를 꿈꾸고 있지만, 정부 부처들은 이 시도를 가로막을 능력이 충분히 있다. 좋은 사례는 미국의 동맹 구조를 뒤집어엎고 싶어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실패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선거 결과는 대외정책에서 대전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심각한 정치 갈등을 불러왔던 대외정책 문제는 원래 3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2개가 남아 있다. 원래 진보파는 운동권 시절에 열심히 배웠던 좌익사상의 잔재 때문에 대미 적대감까지 있었지만, 최근에 이 태도는 과거보다 꽤 완화됐다. 현재 남아 있는 핵심 문제는 일본과 북한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진보파는 일본이 지금까지 식민지시대의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보상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당선될 때마다 일본에 더 많은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진보파의 행동을 보면, 그들에게 과거 청산 의식보다는 국내에서 강력한 반일민족주의를 동원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보수파 일부도 비슷한 생각이 있지만, 보수파 대다수는 동아시아 정치 상황을 감안해서 일본과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역사 문제에서 타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보수파는 진보파보다 미국 정계를 잘 알고 있으며, 한일 갈등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에 대해 짜증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북정책도 갈등의 대상이다. 진보정권 시기에는 직접적 대북지원·무역으로 위장한 간접지원을 열심히 행하며, 교역과 교류 확대에 대한 약속을 많이 한다. 보수파가 집권한다면 이들 약속과 교류는 정지된다.


한국인들은 양극단을 오락가락하는 대외정책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지만,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은 한국의 '급격한 대외정책 대전환'에 대해서, 시간이 갈수록 합리적인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여러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대외정책을 하지 못하는 나라처럼 보이게 되었다. 여야 모두에게 이것은 무시하지 말아야 할 문제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