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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정치가 문제다: 국민의힘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1.31
  • 조회수 352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1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법무부, 공정위, 법제처를 대상으로 한 새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세 부처 정책 보고의 기본 방향은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 함께 잘사는 공정한 대한민국'이었다. 돌이켜보면 법치와 원칙, 공정, 상식, 자유는 그가 대선에 참여하면서부터 줄곧 외쳐온 시대정신의 요체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말과 행동의 괴리가 심한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당 대표 선출을 둘러싼 갈등은 원칙과 공정, 상식이 아니라 알량한 계파 이익과 무원칙, 불공정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국민의힘은 당심과 국민 여론을 7대 3의 비율로 반영해 대표를 선출하던 당헌을 개정해 당원만으로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여론지지도가 높은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이게 민주주의고 이게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가?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 경선에 출마할 뜻을 비추자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당 대표 경선에 나설 뜻을 가진 것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이를 수리하지 않고 굳이 '해임'하고,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진정한 윤심임을 강조한 데에 이르러서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초선 의원들을 줄세워 나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토하고 그에게 신세를 졌거나 가까운 사람들을 앞세워 공격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정치 폭력을 행사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공공연히 윤심을 팔아 대통령을 이 기막힌 이전투구의 장에 끌어들였다.


국민의힘에서 보인 이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그저 대통령의 뜻을 팔아 계파 이익을 채우려는 사리사욕만 나타났을 뿐이다. 그래도 목적은 달성했으니 좋다고 할지 모른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체제의 정당이 아니다.


먼저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고 당원들만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겠다면 그것도 좋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지원받은 세금을 먼저 반납해야 한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에서도 당심만 반영해 후보를 선출하라. 그래야 적어도 일관성은 있는 것 아니겠나.


친이, 친박으로 나뉘고 다시 친박, 반박, 원박, 멀박 등 온갖 X박들이 난무해 권력을 탐하다가 탄핵까지 받아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부끄러운 기록을 남긴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국민을 무시하는가. 이어진 선거에서 모조리 패해 지난 총선에서는 무려 3분의 2 의석을 빼앗겼다가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등 더불어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 추문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 사건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간신히 이겼다. 이어진 대선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자체 후보도 없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을 후보로 영입했고 30대 중반의 젊은 대표까지 내세워 혼신을 힘을 다했어도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이겨 가까스로 정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놓고도 또 친윤과 반윤을 따지는가.


탄핵 이후 정권을 민주당에 넘겨준 결과는 참혹했다. 곳간에 쌓은 돈을 쓰지 않으면 썩는다면서 흥청망청 써대더니 국가재정은 파탄 일보 직전까지 갔고, 건강보험을 비롯한 공적연금은 후세에 막대한 빚을 떠넘겼다. 돈 많은 사람은 모두 죄인으로 몰아 징벌적 과세를 통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의욕을 꺾어 버렸고,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친환경이라고 원전 의존도를 높이는데 뜬금없이 탈원전을 외치다가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무너뜨렸고, 수많은 인상 요인을 무시하고 에너지 요금을 동결했다가 지금 요금 인상 폭탄이 터졌다.


지난 정부 실책의 일차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지만 국민의힘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민의 지지를 잃고 민주당 천하를 만들어준 공동정범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라. 중도적 유권자는 물론, 보수적 유권자들도 작금의 당 대표 경선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한심한 작태에 분노하고 있다. 그들의 성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대통령이 약속한 공정과 상식, 원칙은 남에게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지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은 결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