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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600년간 ‘나무 드라이버’… 지금은 가볍고 단단한 ‘카본’이 대세[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2.07
  • 조회수 283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드라이버 소재 변천사

탄성좋은 물푸레나무 등 사용
20세기엔 북미산 감나무 인기

1979년 ‘메탈 우드’ 첫 탄생
철로 만들어 비거리 크게 향상

1988년 첫 ‘카본제품’ 선봬
둔탁한 타구감에 한때 외면
카본 기술 발전에 다시 각광

 

 

 


새해가 되자마자 세계적인 골프용품 업체가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2023년 골프용품 업계의 화두는 단연 ‘카본’이다. 골프 산업을 대표하는 두 라이벌 기업 캘러웨이와 테일러메이드는 나란히 카본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 새 드라이버를 공개했다. 여기서 카본이란 탄소섬유를 말한다. 아크릴 섬유를 진공상태에서 1200도 이상 고온으로 가열하면 섬유에 포함되어 있던 산소·수소·질소 등의 원자는 빠져나가고 순수한 탄소만 남는 탄화 과정이 일어나 가늘고 단단한 탄소섬유 결정체가 만들어진다. 탄소섬유는 탄소 원자의 결정구조 때문에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매우 단단하고 탄성이 높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5분의 1 가볍고 강도는 10배 강한 첨단소재지만 초기에는 높은 가격 때문에 항공 우주 분야에서 주로 이용했다. 1970년대 들어 일본기업에 의해 더 저렴한 소재와 비용으로 대량 생산되면서 자동차나 스포츠 레저용품 등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출시된 테일러메이드의 드라이버는 헤드의 페이스를 티타늄이 아닌 카본으로 제작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캘러웨이의 새 드라이버는 드라이버 헤드의 몸체를 티타늄을 사용하지 않고 카본을 사용해 통째로 만들었다.


골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거의 600년 동안 드라이버 헤드의 소재는 나무였다. 초기에는 주로 너도밤나무 등 단단한 과실수와 탄성 좋은 물푸레나무 등이 각각 헤드와 샤프트 소재로 사용되었다. 20세기에 와서는 질 좋은 북미산 감나무(퍼시먼)와 히커리나무가 대량으로 보급되며 퍼시먼 헤드에 히커리 샤프트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1979년 테일러메이드의 창업자인 게리 애덤스가 처음으로 철을 소재로 한 드라이버를 출시했다. 이른바 ‘메탈우드’의 탄생이다. 당시 고무로 만든 골프공 대신 합성수지를 사용한 골프공이 인기를 끌었는데 기존 퍼시먼드라이버보다 단단한 철로 만든 드라이버가 공이 더 멀리 날아갔다. 메탈우드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캘러웨이가 정밀 주조기술을 이용해 기존보다 30% 헤드가 큰 드라이버를 출시하면서부터다. 헤드 가운데가 비어있어 무게는 가볍고 관성모멘트는 높아져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고 빗맞아도 크게 거리가 줄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이후 골프용품 업계에서는 헤드 크기를 키우는 경쟁이 벌어졌다. 1990년 일본의 미즈노가 최초의 티타늄 드라이버를 출시해 티타늄이 철을 대신할 새로운 소재로 주목받았다. 티타늄은 철과 강도는 비슷하면서 무게는 절반에 불과해 드라이버 헤드의 크기를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계속 커지던 드라이버의 헤드는 결국 2004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양대기구인 영국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과 미국골프협회에 의해 460㏄로 크기가 제한됐다.


드라이버 헤드 소재로 카본이 사용된 것은 생각보다 역사가 깊다. 일본의 요넥스가 1988년 세계 최초로 카본 드라이버를 출시했다. 캘러웨이도 2002년 카본 드라이버를 출시해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카본 드라이버로 우승하기도 했다.


모든 혁신에는 항상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티타늄보다 가볍고 강한 카본 드라이버는 말 그대로 꿈의 드라이버였으나 둔탁한 타구감과 타구음이 발목을 잡았다. 티타늄 드라이버의 부드러운 타구감과 맑고 청량한 타구음에 익숙해진 골퍼들이 카본 드라이버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이런 카본 드라이버의 단점이 사라지면서 최근 다시 탄소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티타늄 등 금속 소재는 기술 발전이 이미 성숙기에 도달해 더 이상 진보를 기대하기 힘든 반면 탄소섬유는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크다.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처럼 하나의 소재는 한 시대를 대변한다. 골프에서도 퍼시먼우드 시대, 메탈우드 시대를 거쳐 새롭게 카본우드의 시대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우열 스포츠심리학 박사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