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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2060년대 북한을 통치할 사람 이름은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3.15
  • 조회수 326

후계구도 작업이 아니라면
김정은이 굳이 둘째딸을
앞세우는 이유 설명 어려워
김주애가 오랫동안 노출되면
자연스레 '수령'으로 인식될것

 

 

 


김정은은 작년 말부터 자신의 딸과 공개석상에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다. 차녀 '김주애'로 알려진 소녀는 연회장 또는 축구 경기에도 아버지와 동행하지만, 소녀의 모습은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장소에서 제일 많이 노출되고 있다. 관영 언론은 '원수님의 딸' 이름을 보도하지 않지만 소녀에 관련된 보도는 많이 한다.


원래 북한에서 김씨 일가 차기 세대 일원의 활동이 이만큼 활발해졌다면 다들 거의 확실히 후계자 등장의 시작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관찰자 대부분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며, 통일부와 국정원을 비롯한 기관들도 김주애가 후계자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의 기본 이유는 김주애의 어린 나이다. 10대 초 소녀를 후계자로 삼는 것은 왕국에서도 예외적인 일이다. 그 때문에 어떤 분석가들은 김주애의 등장 목적은 김정은의 인간성을 보여주거나 '주체위업'이 앞으로도 대를 이어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 가설은 김정은이 자신의 세 아들딸 가운데 굳이 차녀만 선택해서 공개석상에 동행하게 했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김주애의 활동은 미사일 발사장, 군수공장을 많이 방문하는 등 분명히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최근 동향을 김주애가 후계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가설은 설득력이 더 높다.


물론 김주애의 나이를 감안하면 향후 김정은이 자신의 결정을 바꿀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김정은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그럼에도 현 단계에서 김주애는 아직 후계자가 아니더라도 전망이 좋은 '후계자 후보'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아버지와 할아버지보다 훨씬 빨리 후계자를 지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최소한 3가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김정은은 자신의 청년 시절 경험 때문에 후계자 결정을 빨리 내릴 이유가 있다. 김정일은 후계자 지명을 많이 연기했는데, 2008년 뇌졸중을 앓은 후에야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택했다. 이것은 그가 죽기 3년 전이었다. 너무 늦게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은 북한 정권의 내막 및 정치를 제대로 배울 시간도 없었다. 심지어 김정일이 후계 결정을 좀 더 연기해서 살아 있을 때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했다면, 김씨 왕조의 미래뿐만 아니라 북한 수십만 세습 특권계층의 미래까지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을 것이다. 절대군주제에서 제때 후계자를 내정하는 것은 국내 안정 및 엘리트 계층 특권 유지의 보장 장치 중 하나다.


둘째, 김정은은 거의 확실히 건강 문제가 있다. 2020년 봄부터 그는 장기간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거나 또는 중요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체중 문제와 심한 흡연 습관, 특히 통치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그의 건강이 좋을 리 없는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가족 및 국가의 안정을 유지할 의무를 체감한 왕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세습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


셋째, 김정은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부장 문화에 도전하며 딸을 후계자로 지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최선희, 현송월, 김여정 등과 같은 여성들에게 중요한 임무를 부여한 김정은은, 북한 기준으로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가부장제 잔재가 남한보다 훨씬 심한 북한에서 백성들도 간부·특권계층도 여성을 다음 절대군주로 인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왕세자 대신에 '왕세녀'를 내정했다면, 그녀를 주민들에게 일찍부터 노출시키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공주가 앞으로 15~20년 동안 매주 TV에 나온다면 백성들이 김주애를 다음 '수령'으로 보기 시작할 것이다.


사람은 미래를 알 방법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2060년대 북한을 통치할 사람의 이름을 아마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