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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협력은 글로벌 외교의 출발점 / 이원덕(일본학과) 교수
징용 해법 제시와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참석으로 이어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는 한국이 직면한 복잡한 외교의 다중 방정식 문제 풀이로 볼 수 있다.
◆1차 방정식 풀기 : 징용 문제는 한·일 ‘역사 쟁점’이다. 2012년 이래 이 문제는 ‘폭탄 돌리기’를 거듭해온 난제 중 난제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현금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한·일 기업과 국민 성금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을 꾀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제3자 변제 방안은 이러한 경위를 거쳐 도출된 해법이다. 기금에 일본 측 피고 기업이 참여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흡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해법 제시에 앞서 국민과 피해자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설득 과정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 해법은 대법원 판결과 청구권협정과의 정합성을 고려하면서도 피해 구제를 실효적으로 추구하려는 방책으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다. 지지율 하락과 야당의 반대, 비판 여론을 감수하면서 내린 용단이다.
징용 이슈는 ‘국가 폭력의 피해 구제’ 문제이자 ‘인권’ 문제이다. 인권 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가 앞장서고 일본의 화답을 압박하는 방책이다. 인권 문제는 보편 가치와 국제 규범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로 한·일 양국의 대처는 국제사회의 관심사다. 일본 정부가 만약 폐쇄 회로에 갇혀 퇴행적 역사 인식을 반복하며 문제 해결을 외면한다면 국세 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이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의 큰 틀을 제시하고 일본의 호응을 유도하는 해법이다. 따라서 해법은 완성형이라기보다 해결 과정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윤 대통령 징용 해법은 고육지책
한국 외교는 다중 방정식 풀기
한·미·일 협력으로 북핵 넘어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2차 방정식 풀기 : 이번 정상회담은 ‘복합 갈등’에 빠진 한·일 관계를 복원시켜 ‘비정상의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은 쾌거로 평가한다. 10여년 간 한·일 정상 간에는 대화와 소통이 단절됐다. 신뢰는 바닥이 났다. 관계가 나쁘니 정상 간 만남이 중단되었지만, 안 만나니 관계는 더욱 나빠졌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회담을 실현해 신뢰 기반을 마련하고 정상 셔틀 외교를 복원시켰다.
정상회담을 통해 징용,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지소미아의 3대 대립 현안 해결의 길을 열었다. 갈등의 발원지를 ‘원점 타격’함으로써 얽히고설킨 갈등 풀기를 시도했다. 경제안보협의체 구성, 안보 대화 채널 복원,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핵심 산업 분야 협력을 추구하기로 한 점은 엄청난 성과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21세기 ‘한·일 신 파트너십 선언’을 구현할 토대가 마련되었으니 실질적 준비에 박차를 가하길 바란다.
◆3차 방정식 풀기 : 우크라이나 사태, 높아지는 대만해협의 파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공조 협력,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은 당연한 전략적 선택이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과 글로벌 외교 지평을 넓히기 위해 대일 외교는 중요한 레버리지이다. 이번 대일 외교 이니셔티브는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히로시마의 G7 정상회담과 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찬사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일본의 주류 언론도 윤 대통령의 이니셔티브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성의 있는 화답을 주문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는 1980년대 초 나카소네 전 총리의 방한과 40억 달러 한·일 경협 전격 타결에 이은 방미와 레이건·나카소네 정상 간 밀월 관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연상시킨다.
한·일 관계는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 끼어있는 관계로 양국은 기본 가치와 규범, 상당 부분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한다.
미·소 냉전 체제에서 독일·프랑스는 역사 화해를 이룩하고 서유럽을 평화와 번영의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21세기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한·일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평화와 공동 번영의 길로 이끄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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