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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선배들이 쟁취한 ‘프리미엄 라벨’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이해인
  • 작성일 23.04.19
  • 조회수 354

이은형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그건 프리미엄 라벨입니다. 선배들이 쟁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품질보증서입니다.”

BTS의 리더 RM이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에 붙는 접두어 ‘K(케이)’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K팝, K컬처를 필두로 한국의 모든 현상에 K를 붙이는 요즘 RM의 이 한마디는 우리의 마음에 한 줄기 바람을 불러왔다. 접두어 ‘K’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람마다 참 제각각이었는데 누구랄 것도 없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

BTS 리더 RM의 ‘K컬처론’ 뭉클
한국의 오늘 만든 이들에 감사
개별 조직도 선배들의 분투기
역사 이해할 때 서로 마음 열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RM이 표현한 선배(ancestor)가 누구까지 포함하는지 알 수 없다. 음악계의 선배를 직접 지칭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70년 전에 아무것도 없었던 나라’가 오늘의 K현상을 만들어내기까지 정말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그 범위는 지금의 한국을 이루어낸 모든 선배 세대를 아우른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전 세계가 한국에 집중하고, 열광하는 이 K현상을 가장 낯설어하는 사람들은 선배들이다. 더 가난하고, 더 험난한 시대를 노력과 열정으로 헤쳐온 나이 많은 선배들일수록 K현상을 믿기 어려워하고, 동시에 감격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 신세대로 갈수록 K현상을 당연시하며 자신감도 넘친다. 태어날 때부터 잘 사는 나라의 국민이었던 신세대는 선배들의 고생스런 경험과 치열한 노력은 ‘옛날이야기’로 흘려 듣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선배의 성과를 인정하고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데는 인색하다.

RM은 신세대답게 ‘K’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을 보여주면서 선배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성숙하게 표현했다. K팝 아이돌 양성 시스템에 대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언급하면서도 그 성과 또한 높게 평가했다. 합숙훈련, 기획사와의 계약 및 수익분배 등에 대해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성과 또한 분명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사람들의 다소 지나친 열심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K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RM의 성숙한 태도는 그의 독서, 학습열, 수집 취미, 그리고 자기 일에 대한 열정에서 기인한다. 그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활발한 독서와 자신만의 예술 공부, 수집으로 유명하다. 또 BTS의 리더로서 글로벌 무대의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성찰을 거쳤을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그렇듯 기업도 ‘K’라는 접두어를 붙여야 할 만큼 극적인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전문지 ‘포천 500대 기업’만 16개로,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글로벌 기업을 가지고 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200여 년에 걸쳐 발전해온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다 보니 치열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7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도약을 이루어낼 수 있었고 그에 따른 문제점도 있었다. 문제점이 보인다고 해서 성과와 노력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지금 직원을 채용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모든 조직은 오늘이 있기까지 선배들의 땀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다. 신입사원의 시선으로 보면 당연한 모든 것이 누군가 쌓아 올린 벽돌 한 장이 모인 결과다. 벽돌 한장마다 선배들의 수고와 좌절과 땀방울이 배어있다.

과거의 하루하루가 쌓이고, 선배들의 수고가 축적되어 이루어진 것을 이해한다면 후배들의 태도도 조금 달라질 수 있으리라. 선배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스토리를 알게 된다면 입사하자마자 “선배 중에는 닮고 싶은 롤모델이 없다”고 단정해버리지 못할 것이다.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정이 없는 것을 당연시하거나 보상이 나은 회사로의 이직을 위해 늘 다른 곳을 찾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회사에 입사하더라도 ‘조직의 역사’와 ‘선배의 스토리’를 궁금해하자. 이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회사의 역사를 이해하고 선배들의 분투 과정을 인정하면 모두의 마음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 함께 일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열린다. 없다고 생각했던 롤모델 선배를 발견할 수도 있고, 선배와의 대화가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 좋은 기회가 생겨 이직하더라도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집중해서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역사와 맥락을 학습한 사람의 성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RM을 보면 알 수 있듯.

이은형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